[대일논단]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필요충분조건, 지역학 연구
계속되는 인구감소 추세와 맞물려 지역쇠퇴와 소멸 예상 등 지역의 위기는 심각하다. 이를 인식하고 지역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학문적·정책적 전략의 구심점으로서 지역학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문화원을 중심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만의 도시브랜드를 구축하고,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며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지역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연구원, 제주연구원 등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기관의 지역학센터에서는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하면 대전과 세종의 지역학 연구는 많이 늦은 것이 사실이다.
지역학은 이미 정립된 분과 학문(science, -logy)이라기보다는 여러 학문의 융합적 성격을 지니며 계속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지역학 연구는 정책적으로 활용가능성이 풍부해야 하며, 주민들의 참여와 지역 상생도 목적에 포함된다. 단순히 과거의 역사유산을 회고적으로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지향적 가치를 창조하는 유용성을 지닌다. 하지만 '지방학'이 추구하는 것처럼 행정구역에 따른 실용적 현안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정책연구의 근간이 되는 정체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복잡하면서도 학문적 가능성을 지닌다.
대전과 세종의 싱크탱크로서 대전세종연구원에서는 일찍부터 지역학 연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대전과 세종의 지역학 진흥 조례를 제정하는데 이론적 뒷받침을 했다.
또한 2021년 지역학연구의 거점 조직으로 '대전세종지역학연구센터'를 선제적으로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역학 전문가의 상시적 자문조직인 '지역학연구포럼'을 조직 운영하면서 <지역학총서>를 발간했고, <세종학포럼> 등 학술행사를 개최했다. 지난해 전국의 지역학 연구조직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지역학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한국지역학포럼> 행사를 대전에서 개최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전과 세종의 지역학 연구는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첫째, 대전·세종의 지역정체성 정립을 통한 시민 화합의 추구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분자화, 파편화되는 현실에서 지역학 연구는 시민들의 소통과 화합을 가능하게 하는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공동체의 역사적 뿌리를 찾고 소소한 일상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확산하는 노력은 지역정체성 확립을 통한 시민화합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지역학 연구 성과를 통해 대전과 세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시대로 일컬어지는 요즈음 많이 듣는 이야기가 '미래는 이미 온 현실'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부유층은 뉴욕이나 런던의 부유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을 보인다. 자본과 인재의 지나친 수도권 집중은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저출산 초고령화, 지방소멸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저해한다. 지역의 발전을 도모함에 있어 온고지신의 정신과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이는 지역학 연구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셋째, 대전시와 세종시, 더 나아가 충청 지역 생활문화권의 상생협력을 통한 미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2027년 개최되는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충청권 유치가 확정됐고 얼마전 충청권 메가시티 건설을 위한 특별자치단체준비단이 세종에 둥지를 틀었다. 충청에 뿌리를 둔 4개 시도가 서로 상생 협력하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국가균형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지역학연구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지역학 연구를 선도하고, 대전학회·세종학회 창설을 비롯해 지역학 연구 전문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플랫폼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밝히는 지역학연구는 지역발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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