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지속가능한 발전과 개인의 실천
대략 20여 년 전 언론을 통해 들은 세 분 대학 교수의 독특한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교수는 학생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는 중에도 하루에 한가지씩 선한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이것을 실천하였다고 한다. 또 일본의 한 대학교수는 부잣집 가까이 살면서 그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골라 수리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준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버려진 의류를 모아 세탁·수선하여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 세 분 교수님들의 공통점은 선한 의지를 가지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는 세상의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하여 이것을 나눔한다는 것이다. 특히 두분이 보여준 자원의 재활용 행동은 지구 생태계가 각종 오염과 과도한 쓰레기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지각 있는 개인들이 보여 준 지구살리기 행동이다.
오래전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이라는 책에서 환경오염이 가져올 미래의 재앙을 선구적으로 경고한 이래, 많은 연구자와 운동가, 그리고 행정가들이 지구 환경문제와 씨름해 왔고 나아가 환경의 문제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UN 및 관련 기구들은 '지속가능한 발전' 및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정립하고 이것을 회원국들이 각 나라에서 실천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였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은 환경적 허용 한도 내에서 미래 세대의 필요 충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의 개념으로서 자원의 재활용, 생물다양성 보존, 깨끗한 물.공기.토양의 보존 등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리적 환경 목표 외에도 사회경제적 목표를 포함한다.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실천적 행동을 요구한다. 크게 보아 국가와 지자체는 환경영역에서 각종의 제도와 단속 행위를 통해 환경오염 발생 행위와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의 발생을 억제하고, 나무심기 등 긍정적 외부효과의 발생을 촉진하는 활동을 한다. 요즈음 기업은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를 앞세우고 있는데, 이것은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기업 차원에 적용한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지만 여기서는 필자가 선배 교수님들을 본받아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요즘 학교 화장실에 비치된 종이 핸드타월은 한번 닦고 버리지 않고 이것을 말려 보관했다가 재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분리수거를 하면서 재활용이 가능함직한 물건들을 따로 모아서 내놓고 있는데, 나는 이곳에서 여러 생활용품을 가져다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전기밥솥, 전기주전자, 빨래건조대, 자전거 등이 그 예이다.
필자는 당근마켓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샌드위치메이커, 재봉틀 등을 매우 저렴하게 구매하여 잘 사용하고 있다. 재봉틀로는 교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깨끗한 폐현수막으로 에코백을 틈틈이 만들고 있다. 일본의 모 교수는 부잣집 폐기물에서 물건을 골라냈지만 나는 가끔 동료교수들이 내놓는 것들 중에서 쓸 만한 것을 골라 새 주인을 찾아준다.
이와 같은 나의 행동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이라는 명분에도 다른 이들을 의식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간간이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러한 실천을 멈추지 않는 것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水滴穿石)는 도덕경의 말씀과 나와 같은 마음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행동하는 숨은 동지들이 여럿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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