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방대 현역 교수 3명, 여직원 1명에 '성범죄'…2차 가해자는 '영전'

김관용 2023. 1.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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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관급 교수 3명, 부하 여직원 1명 차례로 성범죄
학교측, 피해자 사정 알고도 고통 호소 외면한 듯
사건 미리 알고도 신고 않은 부서장은 승진
B교수, 수사 군사경찰과 접촉해 사건 내용 전달받은 듯
당사자들, 본지 입장 요청에 '조사중' 답변 거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군사관학교 출신 영관급 현역 국방대학교 교수들이 부하 여직원 한 명을 상대로 차례로 성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방대는 국방부 장관이 직접 지휘하는 국방부 직할 군 교육기관이다. 게다가 가해자들은 성범죄 혐의로 파면됐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조직적인 2차 가해가 이뤄졌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이데일리는 지난 2021년 2~3월께 해당 사건을 인지한 이후 관련 내용을 추적해왔다. 그간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대 소속 여직원 한 명은 임용 직후인 2018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육사 출신 영관급 현역 교수 3명으로부터 차례로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3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사건 순서대로 첫 번째 가해자는 강간, 두 번째는 강제추행, 세 번째는 우울증 약물 및 음주에 따른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서의 준강간 혐의다.

이 사건은 2020년 12월 부대 내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다. 3명의 교수는 2021년 2월 직위해제 이후 7월 기소돼 9월 파면됐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신고 못하고 혼자 속앓이…학교는 ‘의원면직’ 종용

문제는 국방대의 이같은 성폭력 범죄 사건 처리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성폭력 여파로 피해자는 정상적인 근무뿐만 아니라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측은 피해자에게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며 오히려 스스로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나라고 압박했다. 이미 성폭력에 따른 우울증과 불면증 등으로 무기력했던 피해자는 이를 받아들여 의원면직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를 의아하게 여긴 다른 직원이 피해 사실을 전해듣고 감찰실에 신고했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국방대학교 전경 (출처=학교 홈페이지)
그런데 신고 이후 곧바로 최초 신고자와 피해자 인적사항이 드러났다. 감찰실장은 인사과장과 행정부장 등에게 이를 전달하고 양성평등담당관으로 하여금 조사를 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신고자가 누구고 피해자가 누구니 누구 누구를 조사해 봐라’라는 식으로 전해져 최초 신고자와 피해자 신원이 알려진 것이다. 피해자 측은 최초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비밀보장 문제를 제기했지만, 말단 양성평등담당관만 징계를 받았다. 이같은 2차 가해 정황은 학교 내 징계의뢰서에 기재돼 있다.

게다가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진술 조사를 받아야 했다. 1~2회차 진술은 변호인 없이 성고충상담관만 배석했다. 이후 국선변호인으로 군 법무관 출신이 선임됐지만 오히려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듯 했다고 한다. 변호인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신 장애 호소에도 병가 거부…가해자 비호 정황

국방대의 피해자 인사 조치도 납득하기 힘들다. 인사과는 조사받는 날은 ‘병가’로, 하루 12시간 넘는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로 심신이 피폐한 상황에 따른 결근은 ‘연가’로 처리했다. 이로 인해 연가와 병가를 다 소진하다 보니, 변호인을 만나거나 우울증 심화 등으로 제대로 출근할 수 없었던 날은 무단결근이 됐다.

학교 측은 피해자의 병가 신청을 거듭 반려하고 공무상 요양승인이나 질병휴직을 안내하지도 않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신체·정신상 장애로 요양이 필요할 때에는 학교가 휴직을 명해야 한다. 학교가 피해자 사정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를 무단이탈죄로 고발 조치까지 했다.

특히 부서장이었던 A교수는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역시 육사 출신인 A교수는 사건 신고 전인 2019년 세 번째 가해자로부터 두 번째 가해자의 성범죄 관련 내용을 알게 됐다. 두 번째 가해자도 사건이 불거진 이후 A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성범죄 관련 내용으로 ‘상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A교수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군인은 다른 군인이 성범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같은 사실은 수사 과정에서 A교수가 군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진술한 내용이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은 A교수는 이후 주요 직위로 승진했다.

또 B교수도 피해자에게 접근해 ‘사건을 수사 중인 육군 군사경찰이 육사 후배인데, 너에 대해 묻더라’면서 사건 내용을 확인했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군사경찰이 B교수에게 수사 내용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 신고로 이뤄진 국방부 감사와 군 수사에서 해당 군사경찰은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B교수 역시 이후 핵심 보직으로 ‘영전’했다. 군사경찰에 대한 징계 절차도 아직이다.

해당 군사경찰의 입장과 징계 과정 등을 묻는 본지 취재에 육군 측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설명이 어렵다”고만 했다. 학교 내 2차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질의했지만 소송과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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