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바뀌는 보험 장부…삼성생명에 쏠린 눈

김희정 2023. 1. 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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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 '부채'로 표시"
삼성생명 "회계 표기일 뿐" 확대해석 경계

올해 새로운 회계기준이 보험사에 적용되면서 보험사의 회계장부가 달라질 전망입니다. 회계 작성 방식이 글로벌 기준인 IFRS17로 바뀌는 겁니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자본, 자산, 부채 등 보험사 회계장부 표기가 이전과 달라집니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①생·손보 싸움 붙인 IFRS17…누구냐 넌(2022년 3월 1일)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 추정액(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배당 보험이란 투자 이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하기로 약속한 보험을 의미하죠.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8.51%)를 보유하고 있고요. 이들 지분의 최근 시장가치는 30조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음 취득하게 된 건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으로 추정됩니다. 삼성전자를 처음 설립할 당시 삼성생명이 주요주주로 초기자금을 조달한 것이죠. 마치 벤처캐피털(VC)에 투자하듯이요.

당시 삼성생명 자체적인 자본도 들어갔을 테지만, 유배당보험을 팔아 번 돈, 즉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의 보험료도 같이 들어간 것이 맞다고 합니다.

이후 2010년 5월 삼성생명이 상장할 때,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유배당 계약자들의 자금으로 볼지, 삼성생명의 자금으로 볼지 논의가 있었다고 해요. 그 결과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몫이 30%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앞으로 삼성생명이 삼선전자 지분을 팔아 매각차익이 발생하면, 그 중 30%가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삼성생명의 재무제표를 열어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금 추정액, 다시 말해 계약자지분조정분은 5조702억원으로 계산돼 있습니다. 물론 계약자지분조정은 유배당보험계약 보험료를 재원으로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 등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손익과 부동산 재평가차액 등을 두루 일컫습니다.

다만 이 중에서도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익(약 4조9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배당금 명목으로 생각하셔도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갈게요. 이제까지는 유배당 계약자에게 지급할 배당금의 재원이 될 수 있는 금액을 보험업감독규정 등에 따라 산출해 재무제표에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명목의 부채로 표시해 왔습니다.

통상 보유자산 미실현손익은 자본으로 계상되지만 주주가 아닌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포괄적 채무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더 정확한 재무정보를 보여준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계약자지분조정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다른 산업에서는 매도가능증권 등의 평가손익을 기타포괄손익(자본)으로 표시하는데 반해 보험산업은 계약자지분조정(부채)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간극이 있다는 겁니다.

또 IFRS17 제도 아래서 보험부채는 보험계약에 따른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가정과 위험을 반영한 할인율을 사용해 측정한다는 점에서 평가손익만 따지는 계약자지분조정은 부채 항목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여기까지가 삼성생명이 계약자지분조정을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표시할지, 부채로 표시할지 금융감독원에 질의한 이유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감원도 많이 난처했을 거예요. 일부에서 삼성생명이 새 회계기준 도입을 명분으로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몫을 자본으로 돌려 앞으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물론, 배당금도 없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거든요. 자본은 말 그대로 '내가 가진 나의 돈'이니까요. 물론 삼성생명 측은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감원은 "새 회계기준 적용에 따른 재무제표 표시가 재무제표 목적과 상충돼 재무제표 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경영진이 판단했다면, IFRS 기준 예외적용(K-IFRS 1001호 문단 19)에 따라 부채로 표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삼성생명에 회신했습니다.

말이 너무 어렵죠? 쉽게 말하면 "계약자지분조정을 기존과 동일하게 부채로 표시하는 것이 맞다"는 얘깁니다. ▷관련기사 : 금감원 "삼성생명, 계약자 배당금 '부채'로 표기 가능"(2022년 12월 28일) 만일 자본으로 분류하게 뒀다간 '금감원의 승인하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지 않는 것 아니냐' 말이 나오기 십상이니까요.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금감원이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을 챙기길 외면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으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사실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배당금을 돌려주는 일이 회계상 표기만으로 좌지우지되지는 않습니다.

회계상 보유한 채권이나 주식에 대한 평가손익을 자본으로 분류하든, 부채로 분류하든 계약자에게 지급되는 배당금 액수가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배당금 규모는 해당 채권이나 주식의 가격 등락과 매각한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지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식 소유자에게 주는 회사의 이익 분배금(배당금)이라는 근본적인 성격은 재무제표 위에 있으니까요. 법과 감독규정에 명확하게 적혀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나쁜 마음을 먹고 빼돌릴 수 없는 돈이라는 겁니다.

삼성생명이 지배구조로 이번 이슈가 확대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이유입니다.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배당금 지급은 국회에서 논의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른바 삼성생명법)의 통과 여부에 따라 처리되는 일이고, 이번 건은 재무제표 표시에 대한 것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관련기사 : 해묵은 '삼성생명법' 또 꺼낸 국회(2022년 11월23일)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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