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항적 떴는데 軍은 6분이나 몰랐다
北 무인기 P-73 침범 뒤에야 대응
운영요원 부주의로 식별 못했거나
새떼·풍선 오인해 늦어졌을 가능성
수방사, 자체 보고 도중 작전 알아
軍 “발령 전 작전조치… 공조는 미흡”
합참, 판정 전 즉각보고 체계 어겨
대응 나선 공군기 이륙 중 추락도
“장비 도입보다 시스템 정비 시급”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군의 허술한 대응이 합동참모본부가 진행 중인 전비태세검열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군은 신형 장비 도입 등을 통한 대비태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운용 인력·시스템 정비가 더 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기 김포·파주 사이의 한강을 따라 서울 상공에 침입했을 때도 군의 대응은 허점투성이었다. 군이 무인기 대응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한 시점은 무인기를 포착한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난 정오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가 이미 서울에 진입해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경호 목적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단을 일시적으로 침범하는 등 서울 북부 상공을 가로지른 뒤에야 대응 대비태세가 발령된 셈이다. 합참은 “‘두루미’를 바로 발령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발령 전부터 남하한 미상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판단, 필요한 작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적(북한) 무인기 식별 및 대응’ 설명자료에서 “공군작전사령부가 적 무인기 대비 ‘두루미’를 발령했다”고 밝히면서도 발령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방공작전은 관련 부대 간 신속한 정보공유와 상황 전파, 합동작전태세가 매우 중시되는 분야다. 군 당국도 북쪽에서 남하하는 정체불명의 항적이 포착되면 무인기 판정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상급부대에 보고하고 인접부대에 상황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 침범 대응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수도방위사령부와 합참, 일선 육군과 공군부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채 제각각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비도 사람도 문제… “대대적 개편 필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군의 물리적 한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공군 KA-1 전술통제기와 육군 AH-64 공격헬기 등을 투입하고도 무인기를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두루미’ 발령을 앞두고 원주 공군기지에서 출동한 KA-1이 이륙 도중 추락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군 당국은 북한 소형무인기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추가 전력소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구매 또는 개발 단계에 있는 무인기 타격체계 외에 새로운 대(對)드론 타격체계가 긴급 소요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고, 공격헬기 기관포탄이 지상에 낙탄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자폭소이탄을 추가 보급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개발한 무인기 탐지장비 ‘스카이 스포터’(Sky Spotter) 도입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환경에서의 적절성을 따지지 않고 무기도입사업을 급하게 추진하면, 미처 확인하지 못한 기술적 문제 등이 발생해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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