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항적 떴는데 軍은 6분이나 몰랐다

박수찬 2023. 1. 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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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1시간30분 지나 ‘두루미’ 발령… 수방사에 공유도 안했다
北 무인기 P-73 침범 뒤에야 대응
운영요원 부주의로 식별 못했거나
새떼·풍선 오인해 늦어졌을 가능성
수방사, 자체 보고 도중 작전 알아
軍 “발령 전 작전조치… 공조는 미흡”
합참, 판정 전 즉각보고 체계 어겨
대응 나선 공군기 이륙 중 추락도
“장비 도입보다 시스템 정비 시급”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군의 허술한 대응이 합동참모본부가 진행 중인 전비태세검열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군은 신형 장비 도입 등을 통한 대비태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운용 인력·시스템 정비가 더 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오른쪽)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무인기 비행금지구역 침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배 의원. 연합뉴스
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무인기 침범 당시 육군 제1군단 국지방공레이더를 통해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을 처음 발견한 것은 오전 10시 25분이었다. 하지만 전비태세검열 과정에서 해당 무인기 항적이 침범 당일 오전 10시 19분부터 포착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레이더에 포착된 항적이 북한 무인기였다는 사실을 빠르게 확인했다면, 이후에 벌어졌던 추적 및 요격 작전 과정에서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합참은 1군단 레이더 요원이 오전 10시 19분에 북한 지역에서 미상항적을 최초 포착·추적했고, 평가 도중 (무인기가) 남쪽으로 이동하자 10시 25분쯤에 특이 항적으로 판단해 군단에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레이더 항적만으로는 운영요원이 소형 무인기와 새떼, 풍선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레이더에 항적이 처음 등장한 이후 운영요원이 추가 식별 작업을 진행하느라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과 함께 부주의로 인한 판단 지연 등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기 김포·파주 사이의 한강을 따라 서울 상공에 침입했을 때도 군의 대응은 허점투성이었다. 군이 무인기 대응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한 시점은 무인기를 포착한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난 정오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가 이미 서울에 진입해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경호 목적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단을 일시적으로 침범하는 등 서울 북부 상공을 가로지른 뒤에야 대응 대비태세가 발령된 셈이다. 합참은 “‘두루미’를 바로 발령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발령 전부터 남하한 미상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판단, 필요한 작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적(북한) 무인기 식별 및 대응’ 설명자료에서 “공군작전사령부가 적 무인기 대비 ‘두루미’를 발령했다”고 밝히면서도 발령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비행 경로 등에 대한 군 당국의 정보 공유 및 상황 전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방어 임무를 맡고 있는 수도방위사령부는 이날 오전 10시19∼25분 북한 무인기 항적을 포착·식별한 육군 1군단이나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무인기 침범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오전10시 50분 방공부대가 자체적으로 서울 상공에 있는 이상 항적을 파악, 30분간 교차검증 및 검토를 진행했다. 이어 오전 11시27분부터 직접 대응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야 합참 등에서 무인기 대응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도 수도방위사령부와 1군단 간 북한 무인기 침범 상황 공유와 협조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무인기에 의해 담당 구역이 침범당한 부대 간에도 상황 전파와 정보공유, 작전 공조 등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방공작전은 관련 부대 간 신속한 정보공유와 상황 전파, 합동작전태세가 매우 중시되는 분야다. 군 당국도 북쪽에서 남하하는 정체불명의 항적이 포착되면 무인기 판정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상급부대에 보고하고 인접부대에 상황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 침범 대응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수도방위사령부와 합참, 일선 육군과 공군부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채 제각각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비도 사람도 문제… “대대적 개편 필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군의 물리적 한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공군 KA-1 전술통제기와 육군 AH-64 공격헬기 등을 투입하고도 무인기를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두루미’ 발령을 앞두고 원주 공군기지에서 출동한 KA-1이 이륙 도중 추락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군 당국은 북한 소형무인기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추가 전력소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구매 또는 개발 단계에 있는 무인기 타격체계 외에 새로운 대(對)드론 타격체계가 긴급 소요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고, 공격헬기 기관포탄이 지상에 낙탄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자폭소이탄을 추가 보급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개발한 무인기 탐지장비 ‘스카이 스포터’(Sky Spotter) 도입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환경에서의 적절성을 따지지 않고 무기도입사업을 급하게 추진하면, 미처 확인하지 못한 기술적 문제 등이 발생해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스라엘에 실전 배치된 '스카이 스포터' 센서 장비(왼쪽)와 체계 개념도. 라파엘사 웹사이트 캡처
군 안팎에서는 신형 장비 도입보다는 현재 작전체계나 장비 운용 등에 대한 쇄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온다. 레이더에 처음 항적이 포착됐을 때부터 상급부대 보고·인접부대 통지·작전 공조 상황 등을 정밀하게 다시 살펴서 수도권 방공작전 대비태세를 재정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끝날 예정이었던 합참 전비태세검열이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무인기 대응작전과정에 대한 종합검열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검열 결과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문책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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