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 주공 계약률 70~80% 기대”…수도권 부동산 규제 풀려 지방 분양 침체 걱정↑

김현주 2023. 1. 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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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인상 전망에 서울과 광명선 건설·개발사 사업계획 수립·번경 착수,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채비
둔춘 주공 현장 인근엔 분양권 중매 중개하려는 '떴다방'까지 등장…'장위 자이 레디언트' 계약률도 당초 예상보다 10%p 가량 높아져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두 규제지역이 풀리면서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 조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동구 둔촌 주공,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 등 대규모 미분양이 우려됐던 단지들의 계약률이 오르고, 건설사들이나 정비사업 조합들도 신규 분양 계획 수립을 서두르는 등 발빠른 변화가 감지된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물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에서도 벗어나게 되면서 전방위적인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HUG에 따르면 HUG는 이번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에 따라 지난 5일 공사 홈페이지에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강남·서초·송파·용산구 4곳만 남긴다고 공지했다.

HUG는 주로 규제지역 내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를 뺀 나머지 분양 보증 대상 단지의 분양가를 통제해왔는데, 이번에 4곳을 제외한 나머지가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고분양가 관리 대상에서도 제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배제되고 HUG의 분양가 심사도 받지 않게 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분양가 통제를 하지 않는 이상, 건설사 또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마음대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빅데이터 업체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될 민영 아파트는 약 26만가구이며, 이번 규제지역 해제지역(서울 21개구, 성남·광명·하남)에서 공급될 물량은 4만1308가구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5일부터 일제히 분양가 규제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분양을 미뤄왔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서서히 분양 준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동대문구 이문 1구역(래미안 라그란데)과 3구역(이문 아이파크 자이), 은평구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등 서울 대규모 재개발 단지와 광명 뉴타운 일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원자잿값 상승으로 시공사와 공사비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조합들이 분양가를 올려받을 수 있게 되면서 공사비 협의를 재개하고 일반 분양에도 나설 조짐"이라며 "특히 이번에 HUG 통제까지 벗어나게 되면서 조합 입장에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 개편 후에도 분양을 미뤄왔던 조합들이 연내 분양을 마치기 위해 저울질에 나섰다"며 "당장 한두달 내 분양은 어렵더라도 순차적으로 일반 분양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 주택사업 담당과 개발회사 임원들도 이번 규제지역 완화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고 사업계획 수립·변경에 착수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김승배 회장(피데스개발 대표)은 "금리 인상에다 경기침체,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못짜고 있던 업체들이 규제지역 완화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분양계획을 수립하고 시기도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시의적절한 때에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회사의 분양 마케팅 담당은 "공사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상한제도 사라진 만큼 전반적으로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자금력이 있는 건설·시행사 사업은 분양가를 대거 높이고, 장기 판매 전략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청약 과열이 빚어질 가능성도 작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다만 고금리에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면 미분양 우려로 인해 분양가를 마구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규제지역 해제의 최대 수혜지역은 둔촌 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을 비롯해 최근 분양에 들어간 신규 분양단지들로, 일제히 계약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둔촌 주공은 지난달 분양에서 평균 3.7대 1의 청약률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해 계약률 전망도 어두웠다.

그러나 지난주 규제 해제가 예고된 뒤 분위기가 달라져 인근 중개업소와 건설사 등에 계약을 망설이던 당첨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실계약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마케팅 전문회사인 미드미디앤씨의 이월무 대표는 "당첨자 선정일부터 1년이니 올해 말이면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고, 실거주 의무도 사라져 준공 후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분양가 12억원 초과 중대형 평형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계약을 망설이던 당첨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난달 계약을 앞두고 사전에 진행한 당첨자 서류 접수 건수 등에 비춰 둔촌 주공의 초기 계약률을 당초 40%대로 점쳤으나, 오는 17일까지 지정기간 내 계약률만 70∼8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둔촌 주공 현장 인근에는 분양권 전매를 중개하려는 '떴다방'까지 등장했다.

역시 지난달 분양에 들어간 성북구 장위 뉴타운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정당 당첨자 계약은 작년 말에 이미 끝났고, 지난주에 예비당첨자까지 계약을 마쳤는데 정부의 규제 완화로  당초 예상보다 계약률이 10%가량 더 높아진 것 같다"며 "전매제한 축소와 실거주 의무 폐지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경기 광명시에서 분양된 ‘철산 자이 더 헤리티지’도 오는 15∼18일 당첨자 계약을 앞두고 계약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높은 금리가 여전히 분양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분양 여건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연 7∼8%에 달하는 대출 금리 탓에 완전판매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입지 여건과 분양가 등에 따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분양시장은 반대로 이번 규제 완화로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투자 수요가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몰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전매제한 축소와 실거주 폐지로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 투자 상품의 수요도 종전보다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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