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자신하는 이재명, ‘성남FC 부당거래’ 검찰 승부수 통할까
“나는 정치인이다. 당연히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다. 다만 나는 당장의 좋은 이미지 등 작은 이익보다 큰 그림을 본다. ‘이재명이 성남 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 그러기 위해서 성남 구단을 투명하게 잘 운영해야 한다(2015년 2월10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겸 프로축구단 성남FC 구단주 〈OSEN〉 인터뷰).”
성남FC는 해체 위기에 놓였던 성남일화를 성남시가 인수하면서 2014년 재창단했다. 성남시민 지원을 받는 구단이라 시장이 구단주를 맡았다. 같은 해 말, 이재명 성남시장 겸 구단주(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연맹)을 향해 공개적으로 판정 문제를 제기했다. 강등 위기에 놓인 성남FC의 성적이 오심 등 경기 운영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연맹은 이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판단해 이사회를 열었다. 징계를 의결하면서 양측 갈등이 깊어졌다. 시장 겸 구단주와 연맹의 이례적인 공방은 연일 관심을 끌었다. 2015년 인터뷰에는 이러한 맥락이 담겨 있다.
7년 뒤, 인터뷰가 재조명됐다. 2022년 9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두산건설 전 대표 A씨와 성남시 전 전략추진팀장 B씨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들의 공소장에 2015년 인터뷰를 그대로 인용했다. 검찰은 다른 각도로 인터뷰 전후 사정을 해석했다. 공소장에는 보통 재판에 넘겨지는 당사자의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이 적시되지만, 검찰은 두산건설 전 대표 A씨와 성남시 전 공무원 B씨의 공소장에 이재명 대표를 주어로 썼다. 사건의 최정점에 이 대표를 올려두고 성남FC가 후원금을 받는 주요 과정과 길목마다 그가 관여했다고 적었다. 이 대표가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건 전반을 적극 주도했다는 게 공소장 전반에 담긴 검찰의 시각이다. 혐의 입증의 책임을 지는 검찰로서는 수사를 마무리하려면 최종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통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을 대가로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하면 성립하는 ‘제3자 뇌물공여죄’가 골격이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공무원) 시절 2015~2018년 기업 6곳(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농협·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에 부지 용도변경(직무 집행) 등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FC(제3자)에 후원금(뇌물)을 내게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성남FC에 제공된 후원금은 두산건설 42억원, 네이버 39억원, 분당차병원 33억원, 농협 성남시지부 36억원, 현대백화점 5억6000만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으로 총 160억여 원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약속’에 중점을 두고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재구성했다. 성남FC를 통한 정치적 성과가 필요했던 이재명 대표와 이익을 위해 현안 해결이 절실했던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후원금 형태로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약속’이 오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본 후원금 의혹
〈시사IN〉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2013년부터 사건을 되짚었다. 통일그룹 산하 기업인 일화가 프로축구단 성남 일화에 대한 지원을 끊고 운영에서 손을 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성남 시민사회와 지역 정가에서 시민구단 형태로 재창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는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때였다. 이재명 시장이 재선을 위해 시민 축구단 창단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검찰은 본다. 그는 2013년 10월 성남 일화 인수를 공식화했다.
문제의 출발점은 구단 운영비였다. 이재명 대표는 구단 인수를 발표하면서 “운영자금으로 150억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남시 예산 70억원, 기업 후원 50억원, 시민주 공모 30억원으로 총 150억원을 채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성남시 예산 70억원은 성남시의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그러나 기업 후원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관내에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40여 곳을 접촉했지만 실패했다. 기업 후원 목표액 중 30억~40억원을 메인 스폰서로 충당한다는 계획은 성남FC 출범 후 첫 시즌이 끝날 때(2014년 9월)까지도 실현되지 않았다. 시민주 공모도 6억8000여만 원에 그쳐 목표 금액 30억원을 채우지 못했다. 모자란 금액을 채우기 위한 성남시 예산 편성은 성남시의회 반발이 예상돼, 선택지로 두기엔 부담이 컸다.
검찰은 이 시점에 주목한다. 성남FC 운영자금 마련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약속과 결부된 중요 과제였다고 본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성남시가 구단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사업상 현안이 있었던 기업들을 ‘물색’해 ‘먼저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허가와 용도변경 등을 원하는 기업들에 접근해 민원 해결 대가로 성남FC 후원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수사 속도가 가장 빨랐던 두산건설의 경우를 보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첫 임기 시작 전 다섯 차례 거절된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을 위해 성남시 관계자와 물밑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두산건설은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을 2003년부터 시도했다). 두산건설 전 대표 A씨와 성남시 전 공무원 B씨 공소장을 보면, 이들은 2014년 9월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요청 공문과 그 대가인 성남FC 후원 요구를 각각 주고받았다.
두산건설이 250%였던 부지 용적률을 960%로 상향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하자, 성남시 공무원은 두산건설 소유 전체 부지 면적의 15%를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두산건설은 ‘5%는 가능하다’고 했고, 성남시 공무원은 15%에서 10%로 낮추고 줄어든 5%에 상응하는 42억원을 성남FC에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두산건설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2억원을 나눠 냈다. 그사이 대규모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두산건설은 정자동 부지를 두산 계열사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1775억원. 시세 차익은 1649억원이었다. 그러면서 두산건설은 해당 부지에 사옥 신축 공사를 수주했고, 공사 대금 합계 약 2518억원의 매출을 냈다.
검찰은 당시 기부채납 비율 조정(15%→10%)에 합리적 이유가 없었으며, 공공기관이 아닌 ‘주식회사 법인’인 성남FC가 현금 기부채납을 받을 주체도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두산건설 역시 부당한 청탁과 대가성 약속을 주고받으면서 대규모 개발이익을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네이버와 차병원의 성남FC 후원에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앞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한 경찰은 두산건설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수사 범위를 넓혔다. 두산건설과 비슷하게 ‘부당하게 후원한 기업’이 추가로 확인된다면 기소 정당성을 확보하고 가벌성을 높일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검찰은 제2사옥 인허가 과정을 문제 삼는다. 네이버 제2사옥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기존 본사 바로 옆에 세워졌다. 성남시가 네 차례 매각을 시도한 끝에 2013년 11월 네이버에 넘긴 땅이다. 당시 허가된 용적률은 670%였다. 네이버가 성남FC에 후원금을 제공한 이후 변경된 용적률은 913%다. 건물 뒤편에 위치해야 했던 제2사옥 주차장 출입구를 반대편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시계획이 수정됐다. 바뀐 출입구는 분당수서고속도로에서 제2사옥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다만 네이버는 성남FC에 직접 후원금을 주지는 않았다. 네이버 측은 검찰 조사에서 “성남FC를 후원하면 다른 구단들도 요청할 수 있어 후원은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더니, 성남FC 측에서 우회 후원을 제안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성남FC 측이 제안한 방식은 네이버-희망살림-성남시-성남FC 간의 ‘4자 협약’이었다.
네이버가 성남시와 희망살림이 추진하는 시민 부채 탕감 프로젝트 ‘롤링주빌리’에 참여한다는 명분이었다. 롤링주빌리는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핵심 정책이었다. 이 대표는 2014년 성남시장 재선 성공 후 2015년 8월 장기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인 성남시민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비영리단체 ‘주빌리은행’을 설립했다. 이 대표가 공동은행장을 맡았다. 희망살림은 네이버로부터 빚 탕감 프로젝트(롤링주빌리)의 일환으로 40억원을 받았다. 이 중 1억원만 쓰고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비로 지급했다. 성남FC는 롤링주빌리 로고를 유니폼에 새겼다.
검찰은 4자 협약 후원 구조를 성남FC가 제안해왔다는 점을 의심스럽게 본다. 기업 후원금을 취약계층 빚 탕감 대신 광고비로 집행하는 것은 희망살림 또는 성남시 내부 의사결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구조를 성남FC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네이버 측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후원금 제공 구조를 파악하고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병원은 33억원을 성남FC에 후원했다. 광고비 3년 치를 하루 만에 지불했는데, 차병원 개원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차병원은 2009년부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기존 차병원 부지와 인근 분당보건소, 분당경찰서 예정 부지 3곳을 묶어 줄기세포 의료시설을 짓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 1기 시절 성남시가 토지 용도변경을 반대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었다. 2015년 차병원은 성남시와 MOU를 체결했다. 같은 해 성남FC와 스폰서 협약을 맺고 후원금을 제공했다.
2017년 3월 성남시는 기존 차병원 부지와 분당경찰서 예정 부지를 합친 땅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각각 250%와 200%였던 두 부지의 용적률은 460%로 올랐다. 운영할 수 있는 병상 규모도 300~600개에서 500~1000개로 늘었다. 검찰은 차병원 측 조사 과정에서 MOU-지구단위계획 승인-성남FC 후원 사이 연결성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는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의 성남FC를 통상적인 프로 축구단으로 보지 않는다.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에 이르기까지, 이재명 대표와 행보를 같이한 소수의 관계자들이 성남FC에 근무하면서 광고 후원금 유치에 따른 성과금과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을 함께 수사 중이다. 성남FC로 납부된 기업들의 광고 후원금이 성과금과 구단 재산으로 활용되면서 측근들의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성과금을 받은 성남FC 직원은 총 3명이다. 2015년부터 3년간 성남FC가 지급한 광고 수주 성과금의 약 90%가 이들 몫이었다. 성남FC 측은 2015년 이전에 이런 성과금 지급은 없었다고 검찰에 밝혔다. 2015년 대표이사를 지낸 성남FC 대표 C씨는 2022년 10월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2015년 일부 직원에게 성과금이 지급된 사실 자체를 최근까지 모르고 있었다. 당시(2015년) 광고 유치는 모두 성남시가 해왔다”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당시 성남FC의 실질적 운영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정 전 실장에게 구단 운영 전반을 맡기라는 이재명 대표의 지시가 있었으며, 이후 정 전 실장이 성남FC 대표를 건너뛰고 마케팅실장·경영지원실장 등에게 직접 보고를 받거나 업무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성과금을 받은 성남FC 직원들이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행보를 함께해온 만큼, 정진상 전 실장과도 연결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대표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한 2022년 12월21일 오전, 정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자정까지 조사했다. 정 전 실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성남FC 의혹 사건은 2018년에 시작됐다. 바른미래당이 경기도지사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검찰 수사 내용은 큰 틀에서 당시 고발 내용과 비슷하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기 분당경찰서는 3년 뒤인 2021년 9월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경찰은 무혐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성남FC 계좌에 대해 100원짜리 자금 흐름까지 모두 들여다봤다”라며 자신했다.
180도 바뀐 수사 결과
그러나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고발인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이 2022년 2월 분당경찰서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무혐의 처분 당시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던 두산건설과 네이버와 농협, 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사건이 분당경찰서의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됐다. 경기남부청은 2022년 9월 이재명 대표와 두산건설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분당경찰서가 무혐의 처분한 사건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를 거쳐 1년 만에 뒤집혔다. 경기남부청은 “이번 수사(고발인 이의신청 후 재수사)는 검찰이 주체이고 우리는 보완 수사만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과거 발견되지 않았던 공문과 결재 서류 등 다수의 물증, 관계자들의 새 진술들을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종 결론을 2023년 1월 중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처럼 세 수익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기업유치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정상적인 지자체의 기업유치 활동이었다. 각종 인허가 처분은 정해진 법규와 절차에 따라 성남시 담당 공무원의 검토 및 관련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2022년 6월27일자 이재명 대표 측 입장문).” 이재명 대표 측은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2018년부터 줄곧 ‘법과 규정에 따른 정당한 절차’였다고 주장해왔다. 기업 현안 해결이 아니라 공적 기여라는 견해다. 성남FC 후원금 유치는 “규정에 따른 광고 영업”이라고 밝혔다. 후원금과 용도변경 조치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후원금을 받은 성남FC는 성남시나 이재명 대표에게 직접적 이득을 주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제1야당 대표가 피의자로 지목된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동시에 사회적 파급력도 적지 않다. 법조계와 관가에선 이 사건 사법처분 결과가 향후 지자체장과 고위 공직자 등의 ‘공익 증대 명목’ 직무집행 권한 행사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본다. 정치적 성과인가, 부당한 거래인가. 성남FC 후원금을 둘러싼 공방은 또다시 해를 넘겨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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