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충 보고 판정 번복…이 정도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다[SS포커스]

판정 번복에 황당함을 드러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제공 | 한국배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V리그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사고가 터졌다.

지난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V리그 4라운드 맞대결. 2세트 23-23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상대 포히트(네 번 터치)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경기위원은 비디오를 확인한 후 빠르게 포히트를 선언했다. 그러자 대한항공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곧 경기위원은 다른 각도의 비디오를 판독했고, 이번에는 포히트가 아니라고 정정했다.

최 감독은 동요했다. 마스크를 벗고 “27일에는 재판독 못 하겠다고 하더니 왜 규정이 오락가락하느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최 감독이 언급한 경기는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다. 당시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한국전력 박찬웅의 네트 터치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느린 화면을 보면 명백하게 박찬웅의 팔이 닿았지만, 비디오 판독을 맡은 경기위원은 노터치를 선언했다. 후 감독의 항의에 부심은 심판 재량으로 재판독하는 규정이 있는데도 “판독 실수는 맞지만, 억울해도 번복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V리그 규정에 재판독, 판정 번복 등에 관한 내용은 없다.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한 영역에 있다. 다만 판정을 번복하지 않는 것을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판정을 번복한 게 틀린 것도, 그렇다고 맞는 것도 아니다.

아쉬운 것은 운명의 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경기위원의 경솔한 판정에서 비롯됐다. 딱 한 장면만 보고 빠르게 판독을 하다 실수를 범했다. 경기위원이 본 첫 번째 화면과 두 번째 장면은 각도상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첫 화면만 보면 포히트 같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정지석을 맞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점수 하나에 세트스코어가 달라지는 것을 안다면 경기위원은 최대한 신중하게 비디오를 확인했어야 했다.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도 “섣부른 판정에서 나온 실수다. 조금 더 화면을 보고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기위원은 지난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을 잘못해 3경기 배정 제외 징계를 받았다. V리그에 큰 논란을 일으킨지 열흘 만에 또 사고를 쳤다. 이 정도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으로 봐야 한다.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최근 V리그 심판을 향한 각 구단의 신뢰는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중계 화면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오심도 여럿 있다. 판정 하나에 울고 웃는 감독, 선수 입장에선 심판을 존중하기 어려울 지경에 도달했다. 연맹은 심판 실력 향상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이번시즌을 논란 없이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고 큰 경기도 있다. 플레이오프에 가면 대체 어떤 일이 터질까 걱정된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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