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만에 증발한 오징어게임 코인의 추억… 다시 꿈틀대는 밈 코인

이정수 기자 2023. 1.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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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이미지 등 소재로 만든 ‘밈 코인’ 최근 다시 등장
지난해 가장 많이 검색된 코인 2, 3위 모두 밈 코인… 도지 코인은 시총 8위로
정보 불충분하고 사기 위험 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인기를 끈 이미지와 콘텐츠를 소재로 만들어지는 가상화폐인 ‘밈 코인(meme coin)’의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밈 코인은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활용 가치가 없고 사기 위험이 커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대표적인 밈 코인 중 하나인 도지 코인의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 /도지 코인 공식 홈페이지 캡처

6일 가상자산 분석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대형 가상화폐 중 하나인 솔라나 코인은 최근 자사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제작된 밈 코인 ‘봉크(BONK)’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솔라나 코인은 6일 오후 기준 13.19달러에 거래되며 한 주 전 가격인 9.5달러와 비교해 가격이 42% 상승했다. 솔라나는 지난해 11월 파산한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두 달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말에는 10달러 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봉크 코인은 지난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수 차례 언급해 가격이 급등했던 밈 코인 ‘도지코인’처럼 시바견의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된 밈 코인이다. 봉크 코인은 솔라나 기반 대체불가토큰(NFT) 거래소인 매직에덴의 결제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난 3일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에 상장됐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솔라나가 봉크 코인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히면서, 이 코인이 ‘제2의 도지 코인’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봉크 코인의 블록체인 기반이 되는 솔라나 코인의 가격이 최근 며칠간 반등했다는 것이다.

다른 밈 코인들도 올 들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도지코인은 지난해 12월 30일 0.067달러에 거래됐으나, 6일 오후에는 0.071달러에 거래되며 한 주만에 가격이 5.9% 상승했다.

밈 코인에 대한 인기는 지난해 검색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비트코인 위 트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코인 순위에서 1위 비트코인에 이어 시바견을 소재로 만들어진 밈 코인인 ‘시바이누 코인’과 도지 코인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도지 코인은 애초 별다른 활용성 없이 단순히 비트코인 투자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었지만, 일론 머스크 CEO가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도지 코인은 6일 기준 전체 코인 시가총위 순위에서 8위를 기록 중이다.

밈 코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익숙한 모든 사물의 이미지를 소재로 찍어낼 수 있는 가상화폐다. 지난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나자 그와 관련된 밈 코인이 40여개 이상 출시된 바 있다. 또 지난해 3월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폭행했던 장면을 이미지로 등록한 밈 코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10월 발행된 오징어게임 코인은 당시 약 14원 정도에 거래됐으나 오징어게임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일주일이 안되는 시간 안에 가치가 2428% 폭등한 34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오징어게임 코인 개발자는 가치가 폭등하자 웹사이트, 트위터를 모두 폐쇄하고 잠적하면서 이른바 먹튀 사건을 일으켰다. 오징어게임 코인은 잠적 소식이 알려지자 가치가 단 5분 만에 ‘3원’으로 폭락했다. /트위터 캡처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은 밈 코인이 별다른 활용 목적 없이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적절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더리움, 폴리곤, 솔라나 같은 대형 코인들은 각자 구축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기축통화로 사용되고 있지만, 밈 코인은 활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봉크코인 등 그나마 적은 수준이라도 활용 극소수의 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밈 코인은 언제든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밈 코인이 사기나 횡령 등의 금융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예로 국내에서는 일본의 시바견을 모티브로 만든 도지 코인이 큰 성공을 거두자 진돗개 이미지로 만들어진 ‘진도지 코인’을 이용한 금융 사기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진도지 코인은 지난 2021년 5월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발행됐다. 당시 진도지 코인의 발행자는 이 코인을 NFT 사업에 활용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개발자는 전체 물량의 15%를 매도한 후 홈페이지와 텔레그램 대화방을 폐쇄하고 잠적했다. 결국 진도지 코인은 놀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매도하며 가치가 이틀 만에 97% 넘게 폭락했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발생시켰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소재로 한 ‘오징어게임 코인’도 사기의 수단으로 악용됐다. 오징어게임 코인은 발행 당시 약 14원 정도에 거래됐으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일주일도 안 돼 가격이 2428% 폭등한 34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오징어게임 코인 개발자가 웹사이트, 트위터를 모두 폐쇄하고 잠적하면서 이 코인의 가격은 단 5분 만에 3원으로 추락했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단순한 가격 반등 기대감에 밈 코인에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검증이 된 대형 코인들은 활용성이 높고 금리 등 가격 변동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지만, 밈 코인은 가격이 오르고 내릴 만한 이유가 불분명하고 개발자 정보 등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원더프레임의 김동환 대표는 “그나마 도지코인은 머스크 CEO가 테슬라 사업 프로젝트의 지불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라도 밝혀 가격이 올랐지만, 대부분의 밈 코인은 가격이 오를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화폐 역시 자산의 하나인 만큼 가격이 왜 오르고 내리는 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밈 코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활용 가치도 없기 때문에 투자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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