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놀란 가슴 배터리 보고도?···"믿을 건 그래도 전기차"

김성은 기자 2023. 1. 9.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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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 업종이 지난해 4분기 예상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 기업 실적에도 관심이 커진다. 1월 들어 금융투자업계에서 속속 눈높이를 낮추고 있으나 이는 수요 급감 탓이라기 보다 환율, 성과급 지급, 공장 초기 가동에 따른 수율 미진 등 일회성 요인이 짙단 판단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역대급 수주잔고를 올리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성장세를 견인할 업종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해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삼성SDI, SK이노베이션(SK온) 등 배터리 3사가 실적을 발표한다. 이로써 지난해 한 해 실적 발표를 마무리짓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컨센서스(추정치)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5.4% 늘어난 8조2323억원, 영업이익은 498.6% 늘어난 4534억원이다. 삼성SDI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5.2% 늘어난 5조9209억원, 영업이익은 120.6% 늘어난 5862억원으로 전망됐다. SK온은 비상장사로 추정치가 따로 없다. 단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매출액이 53.9% 늘어난 21조1141억원, 영업이익은 7789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됐다.

컨센서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호전되는 것으로 보이나 가장 최근인 1월 들어 보고서를 내고 있는 개별 증권사들의 의견들을 각각 살펴보면 속사정은 크게 다르다. 대다수 증권사가 잇따라 기대치를 낮추고 있어서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1월 이후 보고서를 낸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되 영업이익은 3000억원 중후반대를 예상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납품은 우려와 달리 안정적으로 이어졌지만 성과급, 연말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이 반영돼 (영업이익은)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분기 초 대비 하락하면서 수익성에 다소 부정적"이라고 봤다.

SK온도 당초 지난해 4분기 만큼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적자를 이어갔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월 보고서를 발간한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SK온)에 대해 4분기 영업적자로 각각 약 2300억원, 1900억원을 예상했다. 매출액은 약 3조원으로 전분기(2조1940억원) 대비 약 30% 늘겠지만 고객사 납품 확대 영향으로 미국 2공장을 조기 가동하면서 감가상각비, 초기 가동시의 수율 미진 등이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 전사 영업이익도 에프앤가이드 추정치보다 대폭 낮은 손익분기점(BEP) 언저리일 것으로 예상됐다.

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도 환율 및 판가 하락 등 업계 공통 영향으로 4분기 초 대비 눈높이가 낮아지긴 했지만 1월 이후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들은 4000억원 후반~5000억원대 영업이익은 지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차 대표 주자인 테슬라가 수요 부진 우려에 가격을 내린 것 대비 삼성SDI의 주 고객사인 BMW는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단 점이 긍정적으로 분석됐다.

테슬라의 판매 부진과 함께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에 점유율에서 2위를 내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기차 수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누적기준) 세계 각국 차량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총 사용량은 446.0GWh로 전년 동기 대비 74.7% 늘었다. 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중국 CATL(점유율 37.1%)이 차지한 데 이어 2위 마저도 중국 BYD(13.6%)가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근소한 차이로 3위(12.3%)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연중 기록(월별 누적) 중 LG에너지솔루션이 BYD에 2위 자리를 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국이 전세계에서 전기차 시장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 지난해까지 보조금 정책을 써서 사실상 자국 전기차 기업만을 밀어준 점 영향이 컸단 분석이다. 지난해 1~9월 중국을 제외한 비중국 글로벌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를 지켰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개화기 초창기인 점, 현재의 판매는 이미 3~4년 전 수주에 따른 결과란 점을 들어 단기간 점유율 순위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전기차 종류가 아직 많지 않은 가운데 전기차 한 두 개 히트 모델에 따라 점유율이 엎치락뒤치락 할 수 있는 구조"라며 "국내 기업들이 수백조 단위 수주잔고를 이미 확보한 만큼 성장세는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침체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수요 우려는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며 "유럽 전기차 판매가 지난해 4분기로 오면서 전년비 대비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점, 중국 제로 코비드(Zero Covid) 정책 완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혜택, 전기차 인프라 확충 등으로 전기차 수요 고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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