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더 필요한데 실적은 후퇴…K-반도체 덮친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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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력난은 올해부터 점차 악화될 겁니다. 그런데 인재를 데려올 돈도 줄어들고 있네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침체가 계속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악화 위기에 처하자 인력 수급을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한숨이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설비 투자도 줄이는 판국에 인재 확보에까지 돈을 쓸 여력이 없다"라며 "2008~2009년 금융 위기 이후로 이렇게 예산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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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력난은 올해부터 점차 악화될 겁니다. 그런데 인재를 데려올 돈도 줄어들고 있네요."
8일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업계의 인력 투자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침체가 계속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악화 위기에 처하자 인력 수급을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한숨이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재 확보가 시급해졌지만, 시장 한파로 '실탄'(현금)이 사라지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면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매출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0% 감소한 4조 3000억원이며, 매출액도 8.58% 감소해 70조원이 됐다. 반도체 혹한기를 충분히 반영했다던 증권가 영업이익 전망치인 5조원~6조원대를 하회한다.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경기 침체에도 지지대 역할을 해오던 반도체(DS) 부문의 실적이 악화됐을 우려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부문이 적자로 전환하면 올해 1분기나 2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전체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4분기 영업적자 7663억원을 밑도는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내 반도체업계가 핵심 과제로 삼았던 인력난 극복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미래 신 주력산업 인력수급 상황 체감조사'에 따르면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반도체 기업은 45%에 달하며, 특히 생산 직무의 경우 64.5%의 기업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5년 후에도 인력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인력난 해소를 위해 투자할 여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 한 해 480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관련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사라지면 현장 투입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설비 투자도 줄이는 판국에 인재 확보에까지 돈을 쓸 여력이 없다"라며 "2008~2009년 금융 위기 이후로 이렇게 예산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인재 관련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하반기 직원에게 지급하는 TAI(목표달성장려금)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으며, SK하이닉스는 임원·팀장급 직원 관련 예산을 30~50% 가까이 감축했다. 지난해 이들 기업이 인재 확보를 위해 대졸 신입사원 초봉을 대폭 인상하고 복리후생을 개선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는 인력 수급을 위해서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과 기존 인력을 활용해 재수급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부는 외국인 중 반도체 부문 종사 예정자에 대해 올해부터 비자 발급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정년 이후에도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기술 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에 인력난과 예산부족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면 경쟁력이 지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라며 "인력확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 반도체가 가지고 있었던 기술 우위가 사라지고, 수요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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