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韓 5위 코인거래소 고팍스 인수 나선 바이낸스…노림수는?

김지현 기자 박현영 기자 2023. 1. 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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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이름 달지 않고 고팍스 최대주주로서 韓 간접 진출
일본·인도네시아 이어 해외 진출…바이낸스 국내 사업, 어디까지 가능할까

[편집자주] '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묻혀버린 '의미'를 다룹니다. 놓쳐버린 뉴스 이면의 '가치'를 되짚어봅니다.

(서울=뉴스1) 김지현 박현영 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국내 원화마켓 5위 거래소 '고팍스'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으로 새해 벽두부터 코인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규제 이슈'로 인해 한국 진출의 꿈이 한 차례 좌절된 바이낸스가 국내 거래소 인수를 통한 간접 진출에 나선 만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0년 바이낸스KR을 설립하며 한국 시장 진출에 도전했다. 그러나 바이낸스KR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3개월 앞두고 규제 준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문을 닫았다.

◇바이낸스의 오랜 꿈 '한국 진출'…세계 3위 시장 노린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준행 고팍스 대표 지분 41%를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지난달 실사를 진행했다. 원화마켓 거래소를 인수함으로써 한국에 재진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국 진출은 바이낸스에게 오랜 과제였다.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량 세계 3위를 기록한 바 있을 정도로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일뿐더러, 바이낸스 투자자 중 한국인 투자자의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입장에선 욕심낼 수밖에 없는 시장인 셈이다.

자오창펑(Zhao Changpeng)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뉴스1>에 "한국 시장은 아주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재도전할 것"이라며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컴플라이언스를 완벽하게 준비해서 사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그는 "바이낸스 코리아를 단순히 셧다운(중단)한 게 아니라,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물러난 것"이라며 "은행 계좌와 사용자경험(UX) 면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를 완벽히 준비해 재진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 계좌도 준비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특금법 상 국내에서 원화와 가상자산 간 교환을 지원하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를 획득해야 한다. 이 때 해외 사업자인 바이낸스가 국내 은행과 직접 협상하는 것보다는 이미 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받는 국내 거래소를 인수하는 방안이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바이낸스가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확보한 거래소 SEBC를 인수하며 일본 시장에 진출한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더한다. 일본과 한국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이미 마련돼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최종적으로 인수할 경우 국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전북은행이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내준 이후 사업구조에 중대한 변동사항이 발생했고, 은행과 금융당국이 이를 고려해 자금세탁위험 등을 재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알티체아레나에서 열린 '웹서밋 2022'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현영 기자

◇ 바이낸스 상장 코인, 고팍스로 끌어올지도 '관건'

금융당국의 허들을 넘어 고팍스를 인수한다고 해도 바이낸스는 또 하나의 걸림돌을 마주하게 된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업비트와 빗썸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고팍스의 국내 점유율은 0.1% 내외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를 위해선 기존에 바이낸스를 쓰던 한국 투자자들을 고팍스로 끌어들여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낸스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상장된 코인이 많고,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낸스에 상장된 코인들을 고팍스로 그대로 끌어올수 있을지 역시 관심사다.

바이낸스 현물 거래 마켓에 상장된 코인은 350개에 달한다. 정식 상장 전 신규 가상자산들을 상장하는 '이노베이션(혁신) 존' '선물 거래 마켓'에 상장된 코인들은 더 많다. 국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선물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현물 마켓에 상장된 코인들만 들어온다고 해도 고팍스엔 한 번에 수백 개 코인이 상장되게 된다.

이 경우 고팍스가 소속된 디지털자산 협의체(닥사·DAXA)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현재 고팍스는 닥사의 회원사이며, 닥사는 지난해 회원사들끼리 상장 심사 기준 및 상장 폐지 기준을 통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 심사 주체는 고팍스이지만, 닥사가 마련한 기준에 맞춰 바이낸스의 코인들을 심사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닥사 관계자는 "관련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바이낸스에 상장된 코인을 고팍스에 가져오지 않더라도, 바이낸스와 오더북(거래장부) 공유를 하는 방안도 있다. 단, 국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오더북 공유를 허용하고 있다.

특금법에 따르면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오더북 공유 대상 거래소)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등을 거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는 사업자일 것 △가상자산사업자는 자신의 고객과 거래를 한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등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오더북 공유가 가능하다.

바이낸스는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바이낸스가 해외에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는 사업자인지 판단하는 데도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닥사에 소속된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우선 바이낸스가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 국내에서 요구되는 것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 이들과 다른 조건인데도 사업 이행이 된다면,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바이낸스가 인수한 다른 해외 거래소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단, 해외 거래소들의 상황도 각국 규제 별로 달랐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금융당국이 명확한 지침을 내놔야 고팍스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바이낸스는 일본 거래소 SEBC와 인도네시아 거래소 토코크립토(Tokocrypto)를 인수했다.

이 중 일본은 금융당국이 허용한 코인만 거래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즉,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한 거래소는 당국이 허용한 코인의 거래만 지원해야 한다. 라이선스를 획득한 거래소인 SEBC는 바이낸스에 인수됐음에도 불구, ‘화이트리스트’에 속한 코인 11가지의 거래만 지원하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 거래소인 도쿄크립토는 다르다. 도쿄크립토는 바이낸스의 거래소 코인인 바이낸스코인(BNB) 마켓을 개설하고, 바이낸스에 상장된 여러 코인을 BNB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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