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고수익'된 나경원 당권 도전…남은 자리는 '건강한 견제세력' 뿐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8일, 판세는 여전히 시계제로다. 김기현 의원이 '친윤 단일 후보'로 두각을 나타내며 세몰이를 하고 있지만, 당심 1위인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노골적 견제구에 잇따라 노출된 나 전 의원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김 의원이 '실무형 대표' 포지션을 이미 선점한 상황에서 나 전 의원에게 남은 포지션은 '건강한 견제세력' 밖에 없는데, 나 전 의원이 과연 이 선택지를 잡을 지 관건이다.
지난 6일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두고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은 대통령실은, 이틀 뒤인 8일 부위원장직에서 나 전 의원을 해촉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노출했다. 나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을 이해한다면서도 저출산 대책을 위해 고민해 볼만 사안이라고 말한 뒤다.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우려해 나름대로 톤 조절을 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대통령실 기조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권도전 뜻을 밝히는 등 나 전 의원의 마음이 급했고, 대통령실도 나 전 의원의 정책 발언이 나오자마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칠게 견제에 나섰다"고 전날까지 이어진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 간 상황을 정리했다. '윤심'에 따라 기동력있게 움직이는 친윤그룹의 나 전 의원 압박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당심이 이렇게 유지된다면 나 전 의원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출마 명분을 만들 수 있었는데, 나 전 의원이 전대가 두 달 남은 현 시점에서 의지를 너무 세게 밝혔다"며 "나 전 의원도 대통령실이 이렇게까지 나올 걸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입장에선, 김 의원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이 선호하는 후보가 승기를 잡는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결국 친윤계 후보인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은 4선 의원에 원내대표를 역임했을 뿐 아니라 높은 대중 인지도까지 갖춘 덕에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을 거의 2배 차이로 누른 게 대부분이다. "지금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무조건 나 전 의원이 선출된다"는 평이 도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장관급 직함을 두 개나 갖고 있지만 원외 인사로서 현재 여의도 기반이 없는 나 전 의원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그만큼 놓치기 어려운 기회다.
남은 것은 나 전 의원의 선택이다. 주말을 거치면서 나 전 의원의 선택지 중에 '친윤계의 일방독주를 견제하는 건강한 세력의 수장' 포지션만 남게 됐다. 이마저도 대통령실의 견제와 친윤계의 압박을 버티고 적당히 할 말도 해야 차지할 수 있는 자리다. 총선을 준비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전력하는 '실무형 대표' 포지션은 이미 김기현 의원이 선점한 상황이다. 고민과 혈투 끝에 남은 자리를 차지한다면, 나 전 의원은 자신의 오롯한 능력으로 대권행보까지 가능한 정치적 서사를 얻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역시 흥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 상당수는 나 전 의원이 이 길을 가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이 이렇게 여러 차례나 나 전 의원 당권 도전에 부정적 메시지를 줬음에도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한다면, 그건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맞서겠다는 선언"이라면서 "나 전 의원은 승리하면 모든 걸 얻지만, 당 대표에 선출되지 못할 경우 차기 공천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잃는다"고 말했다. 전직 의원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전통 지지층에게 인기가 높은 나 전 의원은, 당의 주류한테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자기 스타일을 버리지 않는 유승민 전 의원과는 결이 좀 다르다"며 "당원들을 의식해서라도 대통령과 척을 질 수 없어 불출마를 선언할 거고, 전당대회도 재미는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전 의원에게 전당대회 출마는 '고위험 고수익' 도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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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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