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캐릭터] 마시마로·베니…깡충~ 깡충~ 올해는 우리들 세상
반전 매력 ‘마시마로’
엽기 캐릭터로 2000년대 인기
시간 흘러 대중 기억서 잊혀져
2017년 저작권 보호하며 부활
한국 최초 수출…외국서 호평
계묘년 맞아 협업요청 잇따라
국회의사당 앞마당 인형 전시
‘스타필드’선 애니메이션 공개
마시마로와 행복한 한해 되길
희망 전하는 ‘베니’
과거 싸이월드 캐릭터로 유행
이후 카톡 이모티콘으로 등장
가끔 익살스러운 표정 짓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
화려하지 않아 볼수록 매력적
다른 토끼보다도 귀가 큰 것은
청력 잃은 구경선 작가의 염원
힘든 일은 베니와 헤쳐나가길
커다란 귀와 앙증맞게 짧은 꼬리. 생김새 때문인지 토끼는 귀여움을 대표하는 국산 캐릭터의 소재로 사랑받고 있다. 수많은 토끼 캐릭터 가운데 특별히 익숙한 얼굴이 있다. 2000년대 들어 큰 인기를 끌었던 엽기 토끼 ‘마시마로’와 카카오톡 이모티콘 순위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귀 큰 토끼 ‘베니’가 그 주인공이다. 2023년 토끼해를 맞아 인기 있는 토끼 캐릭터의 뒷이야기를 알아봤다.

반전 매력 ‘마시마로’
◆마시마로=몽실몽실한 몸통에 무심하게 뜬 실눈. ‘달에서 온 토끼’라는 설정을 가진 마시마로는 ‘엽기 토끼’라는 별칭을 얻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시마로는 다소 괴팍한(?) 성격을 가진 토끼 캐릭터다. 마시마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마시마로는 자신을 괴롭히는 악당을 쫓아내려고 어디선가 맥주병을 가져와 이마로 깨뜨린다. 한 손에는 ‘뚫어뻥’을 들고 다니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은 마시마로의 이런 행동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마시마로가 처음부터 엽기 토끼로 제작된 것은 아니었다. 2000년 8월 마시마로를 처음 탄생시킨 김재인 작가는 원래 유아용으로 내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캐릭터 제작을 의뢰한 회사에서 마시마로를 보고 아이들 정서에 맞지 않다며 퇴짜를 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작가와 몇몇 동료 작가들은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김 작가는 상실감에 빠진 동료들을 위로하려고 마시마로를 주인공으로 한 2분30초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이 영상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이다.
당시 일본 문화에 영향을 받아 엉뚱하고 조금은 잔인한 문화가 인기를 끌었는데, 마시마로 이야기가 이에 잘 부합했던 것이다. 엽기 토끼라는 별칭도 누리꾼이 붙여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대중들 기억 속에서 잊혔다.
마시마로가 부활할 수 있었던 건 2017년 오로지 마시마로를 위한 램스울일렉트로닉스(대표 조현경)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마시마로 저작권을 보호하고 이 캐릭터를 활용하려는 기업과의 협업을 주도한다. 조현경 대표는 “마시마로는 2001년 한국 최초로 수출돼 외국인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낸 캐릭터”라며 “이 명성을 유지하려고 작가와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시마로의 부활은 계묘년(검은 토끼의 해)을 맞아 현실이 됐다. 토끼 캐릭터 가운데 마시마로가 대중에게 가장 익숙해 여러 브랜드에서 협업하자고 손을 내민 것이다.

협업을 요청한 곳 가운데에는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와 맥주 전문 제조기업 ‘오비(OB)’가 있다. 이 업체들은 마시마로를 앞세워 자사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마시마로의 새로운 출발은 벌써 화려한 막을 올렸다. 새해 1월 첫째 주에는 서울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높이 1m30㎝ 마시마로 인형 11개가 전시됐다. 쇼핑복합시설 ‘스타필드’에서는 새해맞이 이벤트로 마시마로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조만간 새로운 마시마로 인형도 출시할 예정이다.
“마시마로가 처음 나왔을 때 캐릭터를 사랑했던 이들이 벌써 20대 중후반이 됐어요. 다시 돌아온 마시마로를 보며 과거 행복했던 때를 추억하거나 자녀와 새로운 추억을 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희망 전하는 ‘베니’
◆베니=토끼라고 다 같은 토끼가 아니다. 베니는 그 어떤 토끼보다 탐스럽고 큰 귀를 가졌다. 종종 긴 생머리를 다루듯이 귀를 한쪽으로 쓸어 넘겨 우아한 모습을 자랑한다. 발그레한 두 볼과 새하얗고 볼록한 배 역시 베니만의 독특한 모습이다.
베니는 구경선 캐릭터 작가가 2007년에 선보였다. 베니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싸이월드 캐릭터로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싸이월드란 이용자가 각자 누리집을 꾸며 자신을 표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데, 사람들은 화면 배경을 베니로 가득 채웠다. 카카오톡이 생기고 나서는 이모티콘(Emoticon·감정을 전할 때 쓰는 그림) 캐릭터로 베니가 또다시 인기의 중심에 서게 됐다.

베니가 이모티콘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익살스러운 표정 때문이다. 베니는 기쁘거나 슬플 때 온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고, 가끔은 음흉하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평소에는 어떤 것도 걸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다니지만 여행을 가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엔 형형색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미모를 뽐내기도 한다.
구 작가는 “귀가 안 들려서 전화를 못하니 친구들에게 쪽지나 편지를 많이 썼다”며 “그럴 때마다 글로 전하기 어려운 속 깊은 감정이 있어 아쉬웠는데 베니를 활용하면 답답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베니의 귀가 유난히 큰 것은 구 작가의 염원과도 관련이 깊다. 구 작가는 2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는데, 이 때문에 자신을 대신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줄 캐릭터가 필요했다. 토끼는 어느 동물보다도 청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초식동물이라서 주변을 수시로 경계하는데, 작은 소리만으로도 적의 위치를 알기 위해 큰 귀로 진화했다고 한다.
구 작가는 “베니는 많은 토끼 캐릭터 가운데에서도 화려하지 않아 오히려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며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곁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충분히 공감하는 따뜻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베니는 이제 구 작가뿐 아니라 베니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됐다. 구 작가가 쓴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에선 표지와 본문 내용 중간중간에 베니가 등장해 독자들 눈을 즐겁게 한다. 베니를 그려 넣은 휴대전화 케이스, 노트, 손거울, 쿠션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사람들이 베니에게 응원을 받으며 힘든 일을 헤쳐나갔으면 해요. 혹여나 누군가가 지금 인생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면 베니 손을 잡고 봄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베니가 사람들 곁에서 희망을 주는 캐릭터로 남길 바랍니다.”
용인=서지민 기자, 사진=김건웅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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