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조하문 ‘눈 오는 밤’, 즐거움과 슬픔 나눈 친구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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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눈이 왔다.
조하문의 '눈 오는 밤'이 그중 하나다.
이 곡은 조하문이 1987년에 발표한 솔로 1집에 수록된 것으로 눈 오는 밤 작은 집에 모여 즐거움과 슬픔을 나누던 친구들을 기억하는 노랫말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아마 그가 '눈 오는 밤'에서 "세월이 흘러 흘러가서 먼 훗날이라도 그때 그 친구들 다시 만나겠지"라고 노래 부르던 진정한 벗들을 그제야 알아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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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눈이 왔다.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눈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한편으로는 내리는 눈을 보며 낭만에 젖기도 한다. 누구나 친구와 눈싸움을 하고 가족과 눈사람을 만든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 가요 가운데도 눈을 소재로 한 노래가 있다. 조하문의 ‘눈 오는 밤’이 그중 하나다.
이 곡은 조하문이 1987년에 발표한 솔로 1집에 수록된 것으로 눈 오는 밤 작은 집에 모여 즐거움과 슬픔을 나누던 친구들을 기억하는 노랫말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후 ‘이 밤을 다시 한번’ ‘같은 하늘 아래’ 등의 노래를 발표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가수로 성공하는 듯했던 조하문은 2000년대 들어 캐나다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조하문은 1959년 성산학원 집안의 4남 2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록 음악에 빠져 카바레에서 공연하면서도 학업을 이어가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다. 재학 중엔 밴드 ‘마그마’를 결성해 대학가요제에 나가 덜컥 은상을 받는다. 당시 상을 안 받으려다가 억지로 단상에 나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에겐 기쁨의 순간이어야 할 대학가요제 수상이 교만의 시작이 된 셈이다.
이후 조하문은 대마초까지 손을 대다가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어느 제작자를 만나 자작곡을 담은 1집 음반을 발표했고 예상외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건강이 인기를 받쳐주지 못했다. 몸이 아파 TV와 라디오 방송 도중 집에 돌아온 일도 여럿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주변 사람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너무 많은 것을 이룬 탓일까. 조하문은 인생 내리막길에 섰고 결국 건강 악화와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고 말았다. 수렁에 빠진 그를 구해준 것은 종교였다. 그는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술·담배·미움·이기심·명예욕을 모두 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지인들을 찾아가 직접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아마 그가 ‘눈 오는 밤’에서 “세월이 흘러 흘러가서 먼 훗날이라도 그때 그 친구들 다시 만나겠지”라고 노래 부르던 진정한 벗들을 그제야 알아본 것이 아닐까.
여러 종교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참회하여 죄를 씻는 일이다. 신의 힘을 빌려 보다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분노가 넘쳐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고 느껴진다. ‘눈 오는 밤’의 가사처럼 2023년에는 사랑과 순수함이 담긴 사람들로 넘쳤으면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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