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할당정원 그리고 농한기 공유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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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추위와 많은 눈을 뿌렸던 12월이 지나 새해가 밝았다.
우리가 답사하는 동안 몇몇 정원주를 만났는데, 모두 본인의 정원을 자랑하고 기쁜 마음으로 활동에 임했다.
우리나라도 도시의 유휴 공간을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시민 각자에게 할당하는 텃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서울가드닝클럽'이라는 곳에서 도심의 한 호텔 옥상 부지에 공유정원을 만든 사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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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추위와 많은 눈을 뿌렸던 12월이 지나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은 차분해진 농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요즘은 하우스 재배로 농번기와 농한기가 정확하게 나뉘지는 않지만, 나무들도 성장을 쉬어가는 만큼 분재를 포함한 관상용 식물을 재배하는 우리에게도 한 박자 쉬어가는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코로나19 이후 오래간만에 해외로 나가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온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해 9월과 10월 사이에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다녀왔다. 우리 업(業)을 더 발전시켜볼 요량으로 올해부터 대학원 석사 과정을 진행했는데, 내가 소속된 연구실에서 프로젝트 일환으로 해외 답사를 다녀오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 시민들이 운영하는 할당정원이 인상 깊었다. 할당정원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식량 위기 때문에 채소밭으로 활용하던 부지를 현재 시민들이 사유할 수 있는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곳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지만 그 위에 있는 집과 정원 안 부산물은 정원 소유자에게 귀속한다는 특징이 있다.
내가 다녀온 할당정원은 ‘타윈파르크 뉫 & 헤누헌(Tuinpark Nut & Genoegen)’이라 부르는 곳으로 1920년에 세운 암스테르담의 첫번째 할당정원이다. 사실 유럽의 여러 국가에도 할당정원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네덜란드는 특히 정원과 건물의 크기가 크고, 3∼10월은 이곳에서 사는 것도 허용된다.
또 할당정원은 개인 소유지만 네덜란드 시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동절기에는 소유주만 이용이 가능하단 특징도 있다. 우리가 답사하는 동안 몇몇 정원주를 만났는데, 모두 본인의 정원을 자랑하고 기쁜 마음으로 활동에 임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상황을 돌아봤다. 아직 정원이라는 개념도 희박하고 생존을 위해 식량 위기에 대응하는 채소밭 가꾸기도 본격적으로 진행하진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텃밭을 가꾸길 원하고 또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텃밭을 분양받아도 1∼2고랑이 전부일 뿐 네덜란드 같은 나만의 공간은 대개 꿈도 꾸기 어렵다. 이 어려운 꿈을 실현하려는 많은 사람이 전국 농지에 불법으로 농막을 짓는 것이 문제가 될 정도이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도시의 유휴 공간을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시민 각자에게 할당하는 텃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서울가드닝클럽’이라는 곳에서 도심의 한 호텔 옥상 부지에 공유정원을 만든 사례처럼 말이다. 나도 이 공유정원 조성에 참여해 일손을 거들었는데, 이곳에 놓인 작은 플랜트 박스에 사람들은 무를 심고, 당근도 심었다. 여기에 정원적 요소를 가미해 초화류를 심고 가꾸며 수확과 정원일의 기쁨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또 단순 생산활동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교류하며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유휴 부지를 찾아내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이런 활동이 더 다양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땅의 힘과 농사의 기쁨을 알게 될 터이다.
이보현 (바이그리너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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