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병원은 옛말...의료·고객 서비스 두 마리 토끼 잡았죠” 하종원 세브란스 병원장

최은경 기자 2023. 1.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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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원 세브란스 병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세브란스 병원은 2022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2년 연속 전체 분야 1위를 달성했다. /세브란스 병원 제공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2022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전체 335개 평가 대상 중 가장 높은 점수(85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병원으로선 처음으로 NCSI 통합 1위를 달성했던 세브란스 병원이 1년만에 재차 ‘2년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의 ‘NCSI 2년 연속 1위’ 쾌거는 하종원 세브란스 병원장의 ‘환자 존중 병원’ 경영 철학이 낳은 결실이다. 2020년 취임한 그는 취임 직후부터 “환자가 병원과 의사를 신뢰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환자 우선 병원 만들기에 매진해왔다. 지난 6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하 원장은 “병원은 아플 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찾다 보니 고객(환자)이 만족하기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친절하기로 유명한 호텔·보험·은행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무척 뿌듯하고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의대생이 배우는 내과 교과서 ‘해리슨’에 심장판막질환 연구 논문을 올린 심장내과 분야의 명의다. 하지만 병원장 취임 직후엔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환자를 배려하는 각종 개혁을 단행했다. 특히 환자들이 직접 작성한 ‘컴플레인(불평·불만)’을 세심히 검토하고, 유관 부처가 힘 모아 개선점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의사로 약 30년 간 일하면서 환자가 병원과 의사를 편하게 생각하고 신뢰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며 “그래야 환자들이 병원을 정기적으로 찾고 스스로의 증상을 기탄없이 이야기하며 진단·치료 지연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중 가장 자부심을 갖는 게 세브란스 병원 특유의 ‘공복탈출 프로그램’이다. 환자들이 각종 시술·검사 전 밤새 금식을 하느라 고생하고, 일부는 탈수 증상까지 보이는 것을 보며, 병원이 환자 금식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진짜 필요하지 않은데도 관례적으로 금식을 요구하는 시술 등은 없는지 현황을 재검토하고, 당질 보충 음료를 일부 환자에 제공하기도 했다.

‘꿀잠 프로젝트’도 뺄 수 없다. 입원 중인 환자들이 유독 ‘야간 소음으로 잠을 못 자겠다’고 호소한 게 계기가 됐다. 야간 의료진 대상 안내 방송을 최소화 하고 침대나 카트, 병실 화장실 변기 뚜껑에도 소음 방지대를 설치했다. 각종 오물 처리 시간도 야간에서 주간 시간대로 바꾸고, 병원 내 야간 통화 자제 에티켓 홍보에도 힘썼다.

또 의사들이 회진을 돌 때에 환자가 좀 더 편하게 질문하고, 더 충실한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회진 게시판’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미리 궁금한 내용을 메모해 붙여 두면 의사들이 회진 동안 자세히 대답하도록 해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환자들의 작은 불평을 허투루 놓치지 않은 덕분이다.

이 같은 노력이 모인 결과 NCSI 2년 연속 1위는 물론, 지난해 11월엔 한국 의료기관 중 최초로 국제병원연맹 총회 선정 ‘세계 최우수 의료서비스 제공 병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 원장은 “환자 한 명이 병원에서 만나는 모든 직원들이 ‘환자 존중 병원’을 위해 노력해 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한 마음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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