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무인기 수방사 안 알리고 두루미 발령 늦어…책임론 일듯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수도 서울을 휘저었을 당시, 이 무인기를 최초 포착한 육군 1군단과 합동참모본부가 서울의 방공작전을 담당하는 수도방위사령부에 이 사실을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던 사실이 파악됐다.

또 대북 항공대비태세인 '두루미' 발령도 한시간 반이나 늦어졌다.

합동성이 부족한 우리 군에서 각 군종간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지적돼 왔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같은 육군 사이에서도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합참을 비롯한 전군의 상황전파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책임론도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합동참모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전투준비태세검열 과정에서 파악된 사실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10시 19분 1군단 국지방공레이더는 북한 지역에서 이상한 항적을 포착하고 추적에 들어갔다. 이 항적의 정체가 뭔지 평가하던 도중에도 항적은 남쪽을 향했고, 10시 25분 작전요원은 이를 특이 항적이라고 판단해 군단에 보고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작전을 벌이고 있는데도 1군단과 합참은 이를 수방사에 전파하지 않았다. 수방사는 자체 레이더에 이상한 항적을 포착된 뒤 이를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미 작전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합참은 "1군단과 수방사 사이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것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이 사실을 시인했다.

파주를 책임지는 1군단에서 무인기 침범 사태가 벌어졌으면 이를 합참에 보고하고, 서울을 책임지는 수방사에도 알리는 것이 상식적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 무인기.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북한 항공전력 대비태세인 '두루미'도 1시간 30분 정도 발령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다만 합참은 "두루미를 바로 발령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군은 두루미 발령 이전부터 남하한 미상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판단하고 대공감시 강화, 공중전력 긴급투입, 지상방공무기 전투대기 등 필요한 작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합참의 존재 이유 자체가 여러 부대를 중앙에서 지휘해 효율적인 작전을 하기 위한 것인데, 정작 그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셈이다. 심지어 이는 서로 다른 군종도 아닌 같은 육군 현행작전부대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종적인 결과는 합참의 전비검열이 끝나야 알 수 있지만, 현재가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김승겸 합참의장과 작전본부 등을 비롯한 지휘부에 대한 문책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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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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