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패권 노리던 중국,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면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되고 코로나19 등의 영향이 복잡하게 얽히며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중국은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1978년 이후 저임금 제조업을 바탕으로 30여 년 동안 고속 성장을 지속해왔다. 1978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경제는 연평균 10%이라는 고도 성장세를 이어올 정도였다. 201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일본을 넘어서면서 미국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 세계 제1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대세였다. 서방 연구기관들은 당초 2030년을 전후해 중국이 미국 경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긴 어려울 것이란 반대 전망들이 쏟아져 나온다. 중국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2.7∼3.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10월 중국의 2022년 성장률이 3.2%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강력한 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를 파괴하면서 미국 주도 패권을 위협하는 국가란 인식을 키워왔다. 이는 미국 및 서방국가들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초래했다.
지금껏 세계 역사를 돌이켜볼때 패권국인 미국의 견제를 받고 살아남은 국가는 없다. 로런스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1960년대 러시아, 1990년대 일본에 대한 경제적 예측을 떠올리게 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소련), 일본과 같이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아 결국 추월에 실패하는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고속 성장세가 이미 꺾였다는 징후들이 나온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의 생산가능인구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과 반대다.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고소득 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중진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거나 오히려 저소득 국가로 퇴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멕시코,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수 많은 국가들이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 올랐다 빈부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경제 구조를 고도화하는데 실패해 추락했다.
중국은 공동부유를 내걸며 빈부격차를 줄이고 평균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기업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키는 모습이 포착된다. 고질적 도농간 빈부격차도 좁혀지지 않는다.
중국 경제가 한단계 도약하려면 원가 절감형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과 갈등으로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도입이나 이전은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던 중국이 반도체산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대표 사례다. 첨단 기술로부터 소외는 중국 경제의 성장에 치명타를 안길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 성장의 과실을 따먹어온 한국 경제도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변화는 시작됐다. 베트남이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의 최대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떠오른 것이 신호탄이다. 대미수출도 전년대비 14.5% 증가했다. 2018년 흑자국 1위였던 중국은 지난해 22위로 밀려났다.
중국이 미국의 집중 견제를 뚫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국 정부가 경제와 기업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시행하고,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고속 성장은 요원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경제는 안보'란 개념을 더욱 확장시켜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세계 경제 블록화가 더 진전되더라도 안정적으로 경제를 이끌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줄이기가 출발점이다.
김경환 에디터 kenny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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