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일본 집권당 실세가 TSMC를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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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일본은 '실리콘 아일랜드'의 부활을 노리며 대만과 손을 잡았지만 우리 정치권에서는 도무지 긴장감이 엿보이지 않는다.
그때 가서 법을 만들어서 혜택을 보는 것은 우리 기업이 아닌 TSMC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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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국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7일 일본 닛케이는 반도체 시설투자 관련 세액공제를 둘러싼 우리 정치권의 움직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집권 자민당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의 최근 대만 TSMC 본사 방문을 부각했다.
일본 정계에서 정조회장은 집권당의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한국 여당의 정책위의장)로 통한다. 특히 자민당 내에서는 '3대 요직' 중 하나로 꼽히는데 그런 실세가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TSMC 찾은 것은 반도체를 '경제안보'로 인식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86억 달러(약 11조2000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가운데 40%는 일본 정부가 부담하기로 결정하고 세제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하자 '제2공장' 건설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실리콘 아일랜드'의 부활을 노리며 대만과 손을 잡았지만 우리 정치권에서는 도무지 긴장감이 엿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끝에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규모는 8%에 불과한 것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여당의 20%안, 심지어 야당의 10%안보다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 굳이 세금을 깎아줄 필요가 있느냐'는 기획재정부의 내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에 기재부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 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5%까지(투자 증가분은 10%포인트 추가 공제) 올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특정 산업 관련 추가 공제안을 급조한 재정당국이 야당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반도체특별법에 '부자감세'라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의 반도체 지원 확대 지시에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한정 의원은 "막대한 현금을 유보하고 있는 대기업은 결코 단순한 세액공제 수준에 따라 설비투자 진행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험로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행선지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구도가 기업간 경쟁에서 국가간 대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와중에 대만은 최근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통해 2029년까지 첨단기업 R&D(연구개발)에 25%, 첨단 설비 투자에 5%를 세액공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경제안보가 걸린 지원법을 부처간 해묵은 논리나 정쟁의 도구로 삼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친다. 그때 가서 법을 만들어서 혜택을 보는 것은 우리 기업이 아닌 TSMC일지도 모른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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