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상 “2023년 2연패, 대표팀 주전 목표”[인터뷰]
엄원상(24·울산)에게 2022년은 환희와 절망이 교차한 한 해였다.
호랑이 군단 울산 현대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정작 꿈에 그리던 카타르 월드컵에는 아깝게 초대받지 못한 탓이다. 그가 지난해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그래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피는 실망할 틈이 없다. 계묘년 새해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2022년의 막바지 팬미팅이 열린 서울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만난 엄원상은 “2022년 좋은 활약에도 상복은 없었지만 팬들의 아쉬움이 나의 트로피였다”며 “이젠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보려고 한다. 더 나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3년 업그레이드 다짐…“몸싸움도 안 밀릴래”
엄원상의 의지는 말이 아닌 행동에서 잘 드러난다.
월드컵이 막을 내리기도 전인 지난달 12일 운동을 시작했다. 누가 봐도 완벽한 2022년 활약상에도 그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았다.
엄원상은 “프로에 데뷔한 이래 가장 좋은 기록(12골·6도움)과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은 분명히 사실”이라면서도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보이더라”고 말했다. 바로 축구 선수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피지컬에 대한 아쉬움이다. 엄원상은 체구(171㎝·63㎏)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순간 시속 34.4㎞에 달하는 빠른 발을 무기로 K리그를 호령했다. 수비수들의 거친 압박과 몸싸움도 영리하게 피해갔던 그의 질주는 일품이었다.
그러나 엄원상은 새해에는 상대와 부딪쳐도 끄떡없는 강한 몸을 만들기를 원했다. 시즌 전체를 돌아보면 들쭉날쭉했던 활약상도 결국 몸싸움에 대한 부담이 원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엄원상은 “선수의 자신감은 피지컬에서 나오더라”며 “상대와 부딪쳐도 다치지 않는 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집을 키운다는 것보다는 몸 속의 근육을 키워서 속도는 잃지 않고, 상대와 부딪쳐도 무너지지 않는 게 목표다. 또 부상 방지 차원에서도 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축구 선수로 성공하려면 그래야 한다”고 덧붙였다.
■“K리그 2연패 그리고 대표팀 주전” 두 토끼 사냥
엄원상이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라이벌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다. 공교롭게도 과거 울산을 상징했던 스피드 레이서들이 라이벌 팀들로 입단한 것이다.
2021년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이동준(25·전북)과 2부에서 다시 1부로 복귀한 김인성(34·포항)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동준과 김인성은 과거 각 시속 36㎞와 35.8㎞를 기록했는데, 이 기록만 본다면 엄원상보다 빨랐다.
엄원상은 “팬들이 아마 나와 두 선수들을 비교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며 “동준 형이나 인성 선배 모두 울산에서 보여준 것들이 많다. 그래도 내가 속도로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이겨야 울산도 이긴다. 올해 첫 목표는 K리그1 2연패”라고 힘주어 말했다.
1999년 1월생인 그는 올해 토끼처럼 빠른 발과 호랑이처럼 날카로운 슈팅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강하다.
엄원상이 라이벌들을 압도하며 울산에 다시 한 번 우승컵을 안긴다면 또 다른 목표에도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기도 하다. 오는 3월 백지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축구대표팀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엄원상을 선택하지 않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후임을 2월말까지 선임한다는 입장이다.
엄원상은 “모든 선수들이 새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새헤에는 태극마크를 놓치고 싶지 않다. 막연한 의지가 아니라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타르 월드컵을 돌아보면 난 26명에 들어가느냐를 다퉜다. 새해에는 경기를 뛰는 베스트11을 경쟁하고 싶다. 아픔으로 끝난 2022년, 2023년에는 웃으며 끝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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