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위스키 런’

김홍수 논설위원 2023. 1. 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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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양조장을 방문한 뒤 ‘위스키 성지 여행’이란 책을 썼다. “한 모금 마시면 ‘이게 대체 뭐지?’, 두 모금째는 ‘좀 색다른걸’ 하고, 세 모금 마시면 싱글 몰트의 팬이 되고 만다”고 했다. 싱글 몰트란 동일 증류소에서 100% 보리로 만든, 개성이 뚜렷한 위스키를 말한다. 한국 소설가 은희경도 ‘중국식 룰렛’에서 “위스키가 영혼이라면 싱글 몰트야말로 가장 정제된 형태”라고 극찬했다.

6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위스키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뉴스1

▶지난 주말 한 대형 마트가 스코틀랜드산 싱글 몰트, 발베니를 포함한 인기 위스키 1만 병을 할인 판매하자, 개점 전부터 위스키 런(whisky run)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동이 났다. 남다른 소비를 원하는 2030세대 사이에 싱글 몰트가 핫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코로나 사태로 확산된 혼술·홈술 트렌드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서울 성수동·한남동·용리단길 등 상권마다 위스키바가 넘쳐난다.

▶현재 위스키 생산 국가는 영국,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5국 정도다. 일본이 위스키 강국이 된 것은 양조장집 아들로 태어나 1918년 스물네 살 때 스코틀랜드로 위스키 유학을 갔던 다케쓰루 마사타카 덕분이다. 와인 수입상 출신으로 산토리를 창업한 도리이 신지로가 다케쓰루와 합작, 결별, 경쟁하는 과정에서 일본 위스키 명품 야마자키, 히비키가 탄생했다.

/일러스트=김성규

▶위스키는 투자 대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10년간 위스키 수익률(428%)은 자동차(164%), 와인(137%), 시계(108%)를 압도한다. 블록체인 기반 NFT(대체 불가 토큰) 기술이 진위 증명서 기능을 하며 위스키 투자 대중화 시대를 열고 있다. 최근 영국 글렌피딕은 1973년산 위스키 15병에 NFT 증명서를 부착해 병당 1만8000달러에 팔았다. 위스키 대량 공급을 위한 신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한 벤처기업은 갓 생산된 증류주 원액과 나뭇조각(oak chip)을 스테인리스 통에 함께 넣고 특정 온도, 압력을 가해 닷새 만에 21년산 고급 위스키 맛을 낸다는 ‘초속성 위스키’를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 역사에선 1882년 한성순보의 수입품 관세를 다루는 뉴스에 ‘유사길(惟斯吉)’이란 이름으로 위스키가 처음 등장한다. 뭐든 빠르게 따라잡는 한국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만한 국산 위스키가 없다. 그런데 최근 한국산 싱글 몰트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업가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위스키 런이 대세라면 국산이 그 수혜를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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