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닮았지만 뿌리가 다른 ‘호떡’과 ‘호빵’
겨울을 즐겁게 하는 길거리 음식 중에 ‘호떡’과 ‘호빵’이 있다. 둘은 이름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 말의 뿌리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말 중에는 어두에 ‘호’가 붙어 중국을 비롯한 외국과의 관련성을 나타내는 말이 많다. 호두·호밀·호박·호파 등이 그 예로, 이때의 ‘호’는 오랑캐를 뜻하는 한자 ‘胡’다. ‘오랑캐’는 본래 “옛적에 두만강 일대의 만주 지방에 살던 여진족”을 일컫는 말이지만, “이민족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요즘 웬만한 옷에는 다 있는 ‘호주머니’의 ‘호’도 한자 ‘胡’다. 우리 전통 한복에는 원래 호주머니가 없다. 반면 중국의 옷에는 주머니가 있다. 그런 중국옷이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호(胡)주머니’라는 말이 생겼다. 호주머니의 강원·경북·충남·황해 지역 사투리인 ‘개화(開化)주머니’도 이러한 유래에서 생겨난 말이다.
‘호떡’ 역시 중국의 영향을 받은 말이다. 호떡은 본래 중앙아시아와 아랍권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난 무렵에 청나라 상인들이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빵’은 중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호빵은 삼립식품이 1971년에 이 제품을 처음 출시할 때 붙인 이름이다. 여기에는 “뜨거워서 ‘호호’ 불어 가며 먹는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당시의 영상광고에도 ‘뜨거워서 호호’라는 멘트가 들어가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호(胡)떡’은 “중국식 떡의 하나”라는 의미로 등재돼 있지만, ‘호빵’은 올라 있지 않다. 국립국어원은 그 대신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서 “밀가루 반죽 속에 소를 넣고 찜통이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쪄 먹는 빵”으로 호빵의 의미를 전하면서 “상품명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이런 호빵에는 야채나 팥으로 만든 소가 들어간다. 그중 팥으로 만든 소를 ‘앙꼬’ 또는 ‘앙코’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일본말 찌꺼기다. ‘팥앙금’ 또는 ‘팥소’가 바른 우리말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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