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이 발굴한 와인계 신흥강자… 가성비가 내려와

오승준 기자 2023. 1.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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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와인 소비 증가에 ‘가성비 와인’ 인기… 와인산업 지각변동
화재로 美 내파밸리 와인가 오르자 합리적인 로다이-몬터레이産 조명
샴페인보단 저렴한 ‘크레망’ 인기… ‘홈술’ 소비뇽 블랑 화이트와인 약진
카멜로드 피노누아
최근 젊은층의 와인 소비량이 크게 늘면서 와인산업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대표 와인으로 흔히 내파밸리 와인을 떠올리지만 내파밸리 화재로 로다이 등 제3지역의 와인이 뜨는가 하면 샴페인으로 상징되는 프랑스 발포주도 크레망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기존 와인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와인’이나 ‘홈술’과 ‘혼술’ 등 젊은층 음주문화에 어울리는 색다른 맛의 와인이 주목받고 있다.
○ 미국 와인, 내파밸리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와인 중에서는 캘리포니아주의 로다이와 몬터레이 지역 와인이 신흥 와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에는 내파밸리 와인이 미국 와인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2020년 9월 내파밸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와인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두 지역 와이너리가 주목받고 있는 것.

미국 샌프란시스코 바로 동쪽에 위치한 로다이 지역은 낮에는 따뜻하고 저녁에 서늘한 지중해성 기후여서 와인 생산에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이 지역의 대표 품종인 진판델(Zinfandel)은 묵직하면서 높은 당도와 풍부한 과일 향을 품고 있다.

더 페더럴리스트 카베르네 소비뇽
대표 와인으로는 ‘더 페더럴리스트 카베르네 소비뇽’(5만 원대)이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와인 라벨에 그려져 있다. 매우 진한 자줏빛을 띤다. 블루베리 등 검은 베리류의 과실 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몬터레이 지역의 와인은 기존 미국 와인에서 볼 수 없던 피노누아(피노누아르)와 샤르도네 품종을 앞세워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와인의 묵직한 보디감과 블랙베리, 초콜릿 향이 힘 있고 남성적인 면모를 보이는 반면 몬터레이 와인은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몬터레이 지역은 땅과 바다의 기온차로 생긴 아침 안개가 바람에 걷히며 만들어진 적절한 햇볕이 섬세한 와인을 생산하게 한다.

‘카멜로드 피노누아’(3만 원대)는 캘리포니아 피노누아의 정수를 보여준다. 카멜로드 와이너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카운티의 ‘카멜시티’는 소믈리에 사이에서 환상적인 기후조건을 가진 ‘축복받은 땅’으로 꼽힌다. 빛나는 루비색을 띠는 이 와인에서는 과일 잼처럼 농축된 향과 화사한 붉은 꽃 향 그리고 오크 숙성을 통해 얻어진 거친 커피빈과 탄 듯한 향을 맡을 수 있다.
○ 샴페인 대신 크레망

스파클링 와인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인 ‘크레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인 샴페인 수요가 늘어나며 6만∼7만 원대로 가격이 올랐다. 반면 3만 원대부터 찾아볼 수 있는 크레망은 샴페인과 동일하게 2차 발효를 거쳐 샴페인과 가장 유사한 맛을 자랑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샴페인으로는 매일 파티를 즐길 수 없다”며 “이들이 크레망을 대량으로 구매해 파티나 모임에서 자주 선보이며 유행이 됐다”고 말했다.

시모네 페브르 크레망 드 부르고뉴 브뤼
루이 부요 크레망 드 부르고뉴 그랑 리저브
인기 있는 크레망으로는 ‘시모네 페브르 크레망 드 부르고뉴 브뤼’(3만 원대)와 ‘루이 부요 크레망 드 부르고뉴 그랑 리저브’(5만 원대)가 있다. 이들 와인은 섬세한 버블(거품)과 산뜻한 산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1840년 문을 연 메종 시모네 페브르는 1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레망 드 부르고뉴’로 불리는 전통 양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입안에서 향긋한 과일 향과 풍성한 버블이 오래 지속돼 우아한 피니시(마무리)를 선사한다.

루이 부요 크레망 드 부르고뉴 그랑 리저브는 옅은 노랑 빛과 연두 빛이 감돌며 다양한 과실 향과 만개한 꽃 향이 느껴진다. 특히 레드베리의 풍성함과 생동감 넘치는 상큼한 느낌이 돋보이며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품종 일변도이던 화이트 와인에서도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의 약진이 돋보인다. 특유의 바닐라향이 강한 샤르도네는 음식과 함께 즐기기 어렵다. 반면 소비뇽 블랑은 산도가 높아 양념이 강한 한식과 잘 어울리며, 향과 맛이 튀지 않아 ‘홈술’과 ‘혼술’에 적합하다. 대표 와인으로는 ‘푸나무 소비뇽 블랑’(2만 원대)과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3만 원대) 등이 있다.

특히 푸나무 소비뇽 블랑은 진한 금빛을 띠며 파인애플과 패션프루트 등 열대과일 향을 낸다. 또렷한 산미에서 신선하고 청량함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편의점에서 인기가 많다.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짝이는 초록빛이 감도는 노란색을 띠며 산뜻한 산도가 특징인 와인이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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