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교육정책의 단절과 연결
20년이 된 부산의 슬로건 ‘다이내믹 부산’이 곧 바뀔 모양이다. 다이내믹이라는 것이 시민 활동의 역동성을 나타내는 측면이 있지만, 정책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의미하기도 하다. 이러한 다이내믹의 끝자락에서 정책 변동성이 부산 교육계에서 더 크게 들린다. 그중 체육활동 강화, IB(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 SW·AI교육 강화 등은 신선하다. 그러나 전임 교육감 시절 추진해오던 다행복교육은 잘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모처럼 마음을 모아 함께했던 많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이 불안해하는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한 장학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난 8년간의 다행복교육에 관한 성과를 객관적으로 진단해보고, 앞으로 부산교육의 방향을 모색해보는 모임이 필요합니다.” 장내가 아닌 장외를 거론하는 그의 전화 음성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비장함과 답답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다행복교육은 크게 2개의 영역으로 추진됐다. 하나는 학내 민주적 협의와 동료 간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해 수업을 혁신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는 ‘다행복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하고 이를 교육청과 지자체가 지원하는 ‘다행복교육지구’(마을교육공동체 포함) 사업이다.
필자는 1998년, 부산시교육청에 첫발을 들여놓은 후 네 분의 교육감과 함께 주변부 혹은 핵심부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했다. 정책은 생물과 같아서 시대 여건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오래된 폐습이 있다면 과감하게 청산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많은 정책은 대체로 전후 연결을 통해 학습되고 진화하며 오늘까지 발전해왔다고 본다. 이러한 지속적 발전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고갱이가 되는 교육정책의 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역량을 키우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에서 정책 변화를 꾀한다면 부산교육이 당면한 문제의 원인을 두고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한 철저한 분석과 진단을 통해 옥석을 가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차단해 단절할 것과 계승해 연결할 것을 선별, 교육정책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수준 높은 부산교육으로 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내용은 이전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으면서도 어젠다를 새롭게 포장한다든가 축소하는 전략으로 비추어지게 되면 교육가족의 비난과 혼선이 일어날 수 있고, 전면적인 궤도 수정으로 단시간에 차별화를 꾀한다면 그것은 마치 건축물의 부실 공사나 다름 없다. 그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매주 행사처럼 아내와 함께 가는 동네 목욕탕이 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언제나 젊은 사장님이 건네주는 200원짜리 커피는 맛도 있거니와 따뜻한 정이 넘친다. 그러한 따뜻함은 우리 사회 구성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밑바탕이 되며, 이렇게 구축되는 네트워크는 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시민사회(civil society)를 한층 성숙하게 한다. 성숙한 시민성은 높은 상호 신뢰를 만들어 협동을 촉진하고 갈등을 줄여줌으로써 사회적 연대와 공존,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핵심이 되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게 된다.
다행복교육을 한마디로 압축하라고 하면 바로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제도라는 틀은 갖췄지만 그 기반이 되는 시민사회의 내용을 채우지 못한 상태로 허약하다 보니 시민단체도 우리가 선택한 행정권력에 편승하거나 저항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 여기에서 벗어나, 또한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학습하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동참할 필요가 있다.
흔히 “한 명의 아이도 소외당하지 않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아이가 소외당하지 않으려면 어른도 소외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책의 단절과 연결을 떠나서 부산시민 모두가 교육가족으로 서로 신뢰하며 합심해, 부산의 지속 발전을 견인할 인재 양성에 저마다의 역할을 모아내는 따뜻한 교육정책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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