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터치] 우리 삶 속 몬더그린 현상
몬더그린(mondergreen)이란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듣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국어처럼 들리는 일종의 착각 현상을 말한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노래 ‘The Bonny earl of Murray’의 가사 중 ‘앤 레이드 힘 온 더 그린(And Laid him on the green)’을 ‘앤 레이디 몬더그린(And Lady Mondergreen), 그리고 몬더그린 아가씨로 잘못 들은 적이 있다는 미국 작가 실비아 라이트의 에세이에서 비롯됐다.
몬더그린 현상은 음질이 좋지 않은 노래나 외국어 노래에서 주로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스트라토바리우스라는 가수의 노래 ‘Forever’ 중에 있는 ‘The winter of my life came so fast’라는 가사가 더 왼~쪽으로 말아 김~서~방~ 이렇게 들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 노래는 실제로는 무척 암울한 노래다. 셀린디온의 ‘All by myself’라는 노래 가사 중에 ‘All by myself’라는 말을 빨리 읽으면 오빠 만세~ 라고 들린다. 이렇게 엉뚱한 말로 들리는 현상을 가리켜 몬더그린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노래 가사뿐만 아니라 지명의 유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 조산리에 있는 ‘여숫골’이라 불리는 골짜기는 조선말 천주교 박해 시기에 천주교인이 순교를 당한 장소다. 당시 처형을 당하기 위해 끌려가던 천주교인은 ‘예수 마리아’를 외치며 기도했는데, 이 기도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여수(여우의 방언) 머리’로 잘못 알아듣고 그들이 ‘여우에게 홀려서 죽는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곳을 여숫골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사회관계망 속에서 여러 사회현상을 자기식으로 받아들여 많은 오해와 불신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런 불편함이 쌓이게 되면 인간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내 감정이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자기식으로 왜곡돼 들리는 경우는 흔한 일에 속한다. 발화하는 사람의 서툰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전달한다고 해도 듣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왜곡돼 들릴 수 있다.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 해도 몬더그린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을 쉽게 목격하게 되는데, 이것은 일종의 정치적 몬더그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소리가 뚜렷하고 용어가 익숙한 것이라면 듣는 사람이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듣는다고 한다. 노래의 몬더그린 현상은 연주가 가사를 압도하거나, 가수가 너무 기교를 부려 발성할 때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의 청각은 어떤 단어나 구절이 생소하게 느껴질 때 자기가 알고 있는 익숙한 단어나 구절 쪽으로 해석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이는 인간의 두뇌가 자기식의 익숙한 방법 쪽으로 편향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못 읽거나 순간 판단을 잘 못해서 발생하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비극 역시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추구하는 목표 중의 하나가 의사소통 능력에 있다. 어떠한 주체도 성공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럼에도 하나의 현상을 가지고 두 개 이상의 의미로 각각 다른 해석을 하게 되면서 진실이 왜곡돼 사회 문제로 확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내 감정이나 상대방의 감정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오해와 불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강물에 깎이고 다듬어지는 조약돌처럼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말에는 다양한 감정이 내포돼 있다. 타인과의 소통 불능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소통 가능하게 함으로써 안정을 되찾고자 하는 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 정확한 의사전달 능력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복잡다단한 현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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