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자 모십니다” 해인사가 광고까지 낸 이유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2023. 1.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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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행자는 천연기념물… 월간 ‘고시계’에 광고
고시생을 위한 잡지 '고시계' 1월호에 실린 해인사의 출가 권유 광고. /해인사 제공

‘진정한 출세(出世), 특정 분야에서 상급자가 되는 것이 출세라고 생각하세요?’

고시 준비생들을 위한 잡지 ‘고시계’ 2023년 1월 호 표지 바로 다음 장에 이런 광고가 실렸다. 광고는 ‘생로병사를 겪는 인생의 본질과 의미를 알고 세상사의 부질 없는 탐욕을 벗어나 자유와 자비의 삶을 사는 출가인이 진정한 출세입니다’라는 문구로 이어진다. ‘가야산 해인사’란 글씨가 적힌 일주문 사진을 배경으로 한 광고의 마지막에는 ‘여기 해인사가 있습니다. 이제 가야산 해인사로 오십시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해인사가 출가를 독려하기 위해 게재한 광고. 해인사는 올해 12월까지 매달 ‘고시계’에 광고를 싣기로 했다.

해인사가 광고까지 싣게 된 것은 출가자가 극심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2022년 조계종 출가자는 61명. 1999년 532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두 자리 숫자까지 급감했다. 오죽하면 “과거엔 큰 절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방장(方丈) 스님을 중심으로 찍었다면, 요즘은 행자(行者)를 중심으로 둘러 서서 기념사진을 찍을 판”이란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오는 형편이다. “행자는 천연기념물”이란 말도 나오고 각 사찰의 강원(講院·승가대학)에선 학생 구하기가 급선무가 된 지 오래다. 출가자가 부족해지면서 사찰엔 변화도 많다. 단적으로 조계종은 지난해 ‘총림(叢林) 기준’을 바꿨다. 총림은 선원(禪院)과 강원(講院)·율원(律院)·염불원(念佛院) 등을 갖춘 종합수도원인데, 이 중 선원만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일시적으로 운영하지 못해도 총림에서 해제되지 않도록 총림법을 개정했다. 출가자 부족에 따른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해인사가 ‘고시계’에 출가 권유 광고를 실은 것은 고시생과 불교 사찰의 인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른바 속세의 유혹을 끊고 공부에만 전념하기 위해 절을 찾아 들어간 고시 준비생이 많았다. 해인사는 앞으로 말사(末寺)와 군법당 등에도 출가를 권유하는 포스터를 게시하는 등 출가 독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계종의 승려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원장 혜일 스님은 지난 연말 불교신문 인터뷰를 통해 “총무원과 포교원, 신도회, 포교사단, 대불련, 사찰 학생회 등 다양한 불교 기관과 사부대중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며 “3년 후엔 한 해 출가자를 150명 선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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