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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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달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부산 남성초등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남성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기성세대가 자녀에게 돈과 땅을 물려주는 것 외에 매너, 예술을 감상하는 능력, 듣는 음악 같은 무형의 유산을 함께 물려주면 다음 세대가 이 문화적 자본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학위나 직업을 가질 때 조금 더 유리하다는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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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달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부산 남성초등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남성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다. 이날 피리와 서양오케스트라 협연이 펼쳐졌고, 마지막 무대로 일본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가 헌정한 ‘바다, 산 그리고 마을’ 곡을 금난새 지휘에 맞춰 피리의 필자와 바이올린의 대니구, 테너 존노가 함께 초연했다.
서양악기에 익숙한 어린 학생과 함께한 연주도 의미 있었지만, 또 하나 놀랐던 점은 공연을 위해 선발된 오케스트라 학생 외에 평소 전교생이 학교에서 익힌 1인 1악기 발표회를 위해 본공연 전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교육현장에서 예체능 과목 비중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생활예술교육 실천은 새로운 전통이 될 수 있고, 특히 올해부터 남성국제초로 새롭게 도약하며 이 어린 학생들이 글로벌한 인재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어릴 때 배운 음악이 장래에 좋은 영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는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회지도계층을 가리켜 선비라 불렀다. 선비는 글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철학과 문학은 물론 서화와 음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수업을 받으며, 당대 문화예술을 형성하고 발전시킨 계층이었다. 특히 선비에게 음악은 중요한 덕목이었는데 공자의 유학사상이 국시였던 조선시대에는 예(禮)와 악(樂)이 정치의 근본이라 여겨 중국의 옛 문헌인 ‘예기’를 통해 바른 음악에 관한 소양을 넓히며 정치의 꿈을 키웠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기성세대가 자녀에게 돈과 땅을 물려주는 것 외에 매너, 예술을 감상하는 능력, 듣는 음악 같은 무형의 유산을 함께 물려주면 다음 세대가 이 문화적 자본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학위나 직업을 가질 때 조금 더 유리하다는 주장을 했다. 지극히 프랑스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물질만능 시대에서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다방면으로 교양을 쌓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개인의 문화자산이 높아지고, 그것이 어떤 시점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힘이 될 수 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실제로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 중에 다방면에서 명성을 얻은 사람이 있다. 공자를 비롯해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도 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 비디오아트의 개척자 백남준(1932~2006)은 도쿄대학에서 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며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논문을 썼다. 이후 뮌헨대학에서 유럽 철학과 현대음악을 공부하고 동시대 많은 전위 예술가와 교류, 음악과 철학을 비디오아트에 융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1844~1900) 또한 철학자 이전에 음악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계속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가곡을 비롯한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곡 등 여러 작품을 작곡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슈바이처(1875~1965) 박사는 어릴 적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자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연주와 이론의 일인자였으며 오르가니스트로, 오르간 재생 기술자로서도 명성을 얻었으나 30세에 의과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며 평생을 아프리카 의료봉사에 헌신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 젊었을 때 다른 직업을 가졌거나 다른 분야 공부를 한 것이 결코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 후천적 문화자산을 물려받아 훗날 자신의 길을 찾았을 때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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