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일미군사령부 강화… ‘육해공 통합지휘권’ 줄듯
미국이 일본 도쿄도 요코다(横田)에 있는 주일 미군 사령부에 일본에 배치된 미군 육·해·공·해병대 통합 지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주일 미 육군, 제7 함대, 제5 공군, 제3 해병 원정대 지휘권은 하와이의 인도태평양군 사령관에게 있는데,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주일 미군 사령부를 강화하고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게 된 일본 자위대와 벌일 통합 군사작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11일과 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외교·국방장관 2+2 회의와 정상회담을 갖고 주일 미군 사령부 강화, 미일 방위 지침 개정을 포함한 양국의 군사적 일체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여러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지닌 지휘권 가운데 일본 열도와 주변 지역에 배치된 미군 병력 통합 운용 지휘권을 주일 미군 사령부에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주일 미군 사령부는 일본 정부나 자위대와 협의하거나 미일 지위 협정을 운용하는 등의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주일 미군 사령관은 중장급 제5 공군 사령관이 겸직해왔는데, 이전부터 지휘부의 위상이 약하고, 일본에 주둔하는 미 육군·해군·공군·해병대 간 연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대장급인 점과도 비교돼 왔다.
1945년 일본의 패전 이후 조직된 주일 미군 사령부는 역할과 기능 변화가 거의 없었다.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미군은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지휘 아래 적국과 직접 교전하는 ‘창’ 역할을 맡고, 자위대는 일본 헌법에 규정된 ‘전수 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에 따라 후방에서 미군을 돕는 ‘방패’ 역할을 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일본 기시다 내각이 지난해 말, 자위대에 유사시 적국 기지를 공격하는 ‘반격 능력’ 보유를 명기한 3대 안보 문서를 채택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일본이나 동맹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 공격 위험 임박 시 자위대가 미사일 등으로 적국 군사 시설을 공격할 수 있게 하면서 자위대에 통합 사령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자위대 통합 사령부는 미·일 군사 동맹에 기반, 원활한 작전을 수행할 조직으로 육상·해상·항공자위대의 실질적 운용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일 미군 사령부도 역할 및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미·일 군사작전이 원활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주일 미군 사령부가 주일 미군 병력 지휘권을 갖게 되면, 같은 도쿄도에 설치되는 자위대 통합 사령부와 신속한 연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군 내에선 그동안 중국을 상정해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일본 전역이 미사일 등 위협을 받기 때문에 지휘 기능은 하와이에 남겨두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통합 사령부 신설을 발표하면서 카운터파트가 일본에 상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이런 군사 일체화를 핵심으로 하는 미·일 동맹 승격은 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안전보장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 문서를 채택·발표할 예정”이라며 “양국 간 한층 심화된 동맹 내용과 함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추진하기 위한 양국 간 연계 강화와 같은 내용이 공동 문서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이 공동 문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일 간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전보장 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것을 두 정상이 재차 확인하는 한편,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필요성도 강조할 전망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일 간 긴밀한 연계도 공동 문서에 들어갈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