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지역·정파별 이해관계 복잡…내년 총선에 도입 ‘글쎄’
# PK 국힘 대다수 도입 부정적
- "영남 잃을 것" "고비용" 우려 속
- 尹대통령 화두라 입장표명 조심
- 친윤계 침묵 vs 비윤계 적극찬성
# 민주, 찬성 우세 예상 깨고 이견
- 공천제·승자독식·지역주의 등
- 소선거구제 폐해 공감대 불구
- 석폐율제로 보완 각론도 많아
8일 국제신문이 부산 울산 경남(PK) 여야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PK 내에서도 정당별·지역별·정파별로 제도 도입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나 의견 수렴에 험로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여겨지는 부울경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던 만큼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유보 입장을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이슈인데다 사표 방지와 다당제로의 가능성 등 명분을 갖춘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대놓고 반대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국힘 ‘유보’ 압도적… 비윤계 ‘찬성’
유보 입장을 밝힌 황보승희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부울경에서 국민의힘이 반타작밖에 못 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우리 당 입장에서는 영남을 잃고 수도권에서 선전한다 하더라도 압도적 다수당이 될 수 있겠느냐”며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채익 의원은 “중대선거구로 확대되면 고비용 정치가 강화되고 정책 선거가 실종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태호 의원은 “정치적 양극화 해소와 국민 통합을 위해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고, 조경태 의원은 “지역주의 극복, 정치통합을 이뤄내려면 지역의 유불리를 떠나 도입이 필요하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행정학자 출신인 이달곤 의원은 “소선거구 아래에서는 국회의원이 시·도의원과 역할이 많이 겹친다. 국가적 어젠다를 씨름하고 의원 외교를 해야 하는데 지역에 너무 함몰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찬성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계는 대체로 침묵한 반면 조경태 하태경 조해진 등 비윤계에서 적극적 찬성 입장이 많은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들은 평소 다른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기 소신이 뚜렷한 소신파다. 또 전국적으로 보면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한 비윤(비윤석열)계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반색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해석도 뒤따른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윤계 의원이 공천에 탈락한다 해도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무소속 후보로, 혹은 비윤계 신당으로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농촌지역을 낀 의원들은 선거구가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대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정동만(기장) 의원은 “지역주민을 대표해서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데 중대선거구가 도입되면 지역 대표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도권만 별도로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대출 의원은 “영남과 호남 등 지지 편차가 큰 곳은 민심이 왜곡될 수 있으나 수도권 정도는 검토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최형두 의원도 “수도권과 대도시 같은 경우는 지형적으로도 그렇고 인위적으로 지역구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 “소선거구 극복 각론에 이견”
애초 찬성이 우세할 것으로 예견됐던 PK민주당 내부에서 의견이 갈린 것도 이례적이다. 박재호 의원은 “소선거구제는 공천만 받으면 되니 지도부만 바라보는 문제가 있다. 국민이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면서 찬성 입장을 밝혔고, 최인호 의원도 “승자독식 및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면 중대선거구제도 논의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반면 경남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의 폐해도 많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등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민홍철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책임제 국가에서 많이 하는데 장단점이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고, 김두관 의원은 “일본의 자민당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제도가 중대선거구제”라면서 “인적 네트워크가 좋고 재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견이 나오는 데 대해 민주당 서은숙 최고위원은 “PK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반대하는 것은 한마음이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서 중대선거구제냐, 권역별비례와 석패율제냐의 차이로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서재권 교수는 “‘표 의석 전환율(electoral formula)’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지, 중대선거구제 도입만으로 다당제 같은 효과가 일어나기 어렵다. 차라리 깔끔하게 비례적 속성을 강화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면서 “지금 정치권에 뜬금 없이 불을 질러놓긴 했지만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당락과 관련돼 있으니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