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돌리며 액셀 맘껏 밟아봐… 내 차 타고 카레이싱 게임
지난 6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3′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웨스트홀. GM의 자회사 ‘온스타’가 차린 부스에 캐딜락 전기 SUV 리릭과 함께 ‘G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협업한 레이싱 게임이 탑재됐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기자가 직원에게 이름을 말하고 차에 오르자 33인치 고해상도 LED 디스플레이에 여자 아바타가 나타나 “안녕 정, 준비됐니? 액셀을 밟아”라고 말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차가 실제 달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게임이 시작됐다. 운전대를 돌려가며 코너를 돌고 아이템을 먹으니 점수가 쌓였다. 벽에 충돌할 때는 의자에서 쿵쾅거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대시보드 위에서 달린다는 의미로 ‘대시 러너’라고 명명된 이 게임은 실제 페달과 운전대를 이용해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체험이었다. GM 직원 아라빈드씨는 “이 게임을 조만간 리릭에 탑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CES에선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가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현장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자동차가 ‘게임기’ ‘영화관’ ‘콘서트홀’ 된다
그동안 차량 엔터테인먼트라면 라디오와 블루투스 오디오, DMB 방송 정도에 그쳤다. 차량 화면이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같이 제공한다는 뜻에서 ‘인포테인먼트’라고 불렸다. 앞으로 전기차에 대용량 배터리와 고성능 반도체가 탑재되면서 ‘진짜 엔터테인먼트 카’가 구현될 전망이다. 자동차가 거대한 게임기, 영화관, 콘서트홀로 바뀐다는 것이다. 차가 정차했을 때나 조수석을 위한 서비스부터 시작해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레벨 3′ 자율주행차에선 주행 중 서비스로 확장할 전망이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이번 CES에서 첫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하면서 소니가 보유한 게임·영화·음악 등 강력한 콘텐츠를 결합해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필라 차량 내에는 ‘미디어 바’라는 길쭉한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이 회사 미즈노 야시히데 회장은 “미 반도체 회사인 퀄컴의 고성능 반도체를 탑재해 소니 비디오 게임에 버금가는 수준의 게임을 차량 내에서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엔비디아는 이번 CES에서 차량 내에서 클라우드 PC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협업을 발표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같은 고속 통신망으로 게임 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는 1000개 이상의 무료 게임을 제공한다. 엔비디아는 폴스타·BYD에도 같은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펀카의 정의가 달라진다… 파트너십 봇물
메르세데스 벤츠도 이번 CES에서 ‘인 카(in-car)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먼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ZYNC와 협업해 만든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대형 전기 세단 EQS를 통해 공개했다. ZYNC의 클라우드 플랫폼이 벤츠 자동차에 연결돼 다양한 형태의 주문형 콘텐츠와 스포츠, 뉴스, 게임을 제공한다. 벤츠는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애플뮤직, 돌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사용자 머리 움직임에 따라 음향이 나오는 위치를 바꾸는 애플의 ‘공간 음향’ 기술과 돌비의 ‘3D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이 만나 콘서트홀에 온 듯한 몰입감을 구현했다.
앞서 BMW는 에어콘솔과 협력해 캐주얼 게임을 차량에 도입한다고 밝혔고, 스텔란티스도 대형 SUV 왜고니어 신형에 아마존닷컴의 ‘자동차용 파이어 TV’를 장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펀카(fun car)’는 주행 성능이 뛰어나 운전의 재미를 주는 차를 의미했지만, 앞으로는 차별화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차를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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