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무인기 침투 당일 포착 1시간반 지나서야 ‘작전태세’ 늑장 발령

손효주 기자 2023. 1. 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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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가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소형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공 작전에 돌입하는 ‘두루미’가 발령되기까지 1시간 반 넘는 시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무인기를 활용한 도심 테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늑장 대응으로 안보 구멍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일 군 당국이 진행 중인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에 대한 전비 태세 검열 중간 결과에 따르면 무인기 침범 당일 공군작전사령부가 ‘두루미’를 발령한 시간은 침범 당일 낮 12시 전후였다. 육군 1군단의 국지 방공레이더에 경기 김포 일대의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이 최초로 포착된 건 오전 10시 19분. 6분이 지난 10시 25분 이를 무인기로 식별하고도 1시간 반이 넘게 지나서야 무인기와 관련한 방공 작전 태세를 일제히 격상하는 ‘두루미’를 발령한 것이다. 미상 항적이 새떼나 풍선 등으로 최종 판정되는 경우가 많아 작전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두루미’ 발령에 신중을 기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늦은 조치다.

특히 ‘두루미’가 발령된 시간은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3.7km 반경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을 침범해 용산 코앞인 중구 일대를 훑고 지나간 뒤였다.

1군단, 北무인기 침범 확인하고도 합참-수방사엔 안알려


‘작전 태세’ 늑장 발령




동시 전파 어기고 지작사에만 보고
수방사, 무인기 서울 침입 무렵에야
자체 레이더로 파악한뒤 대응 나서


지난해 12월 26일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건 조사 결과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실시간 상황 전파·보고·공유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사실이 드러났다. 육군 1군단은 군사분계선(MDL)을 향해 다가오는 비행 물체가 무인기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도 이런 상황을 즉각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1군단은 핵심 방호 시설인 대통령실을 포함해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핵심 부대인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도 무인기 침범 사실을 전파하지 않아 촌각을 다투는 작전에서 수방사는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합참도 전파 받은 내용을 수방사와 즉각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군 당국의 무인기 침범 관련 전비 태세 검열 중간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1군단은 비행 물체를 북한 무인기로 평가한 당일 오전 10시 25분 이를 합참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후 1군단은 수십 분이 지나서야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무인기 남하와 같은 긴급 상황은 이를 최초 식별한 부대가 합참은 물론이고 지작사, 수방사 등 작전 부대에 실시간으로 동시 전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1군단의 보고가 지연되면서 합참은 물론이고 수방사도 무인기 침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1군단으로부터 뒤늦게 무인기의 침범을 보고받은 지작사가 합참에 이 사실을 전파한 시간은 무인기 항적이 1군단 레이더에 포착된 이날 오전 10시 19분에서 약 1시간 지난 오전 11시 10분 이후로 알려졌다.

‘깜깜이 상황 전파’에 무인기 침범 소식을 모르고 있던 수방사는 수방사 방공여단이 운영하는 레이더로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상황을 자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무인기 5대 중 1대가 대통령실 3.7km 반경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 끝인 서울 중구 일대를 침입했을 무렵이었다. 용산 대통령실 코앞까지 무인기가 다다랐을 때에야 이 상황을 뒤늦게 수방사가 인지한 것.

수방사는 오전 11시 27분이 돼서야 대응 작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이를 합참에 전파했다. 이때는 이미 합참도 지작사로부터 상황을 전파받은 뒤였다. 이와 관련해 합참은 8일 “1군단과 수방사 간에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것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도방위사령관 출신 예비역 장성은 “1군단은 합참과 수방사에 우선 상황을 동시에 전파했어야 맞다”며 “비행 물체는 시속 수백 km로 속도가 워낙 빨라 1분 1초라도 빠른 상황 전파가 대응의 핵심이다. 전파 속도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했다. 합참 출신 예비역 장성은 “상황 공유가 실시간으로만 됐어도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으로 들어가는 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부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상황 전파 탓에 적 무인기 침범 상황 발생 시 공군작전사령부가 발령하는 ‘두루미’도 이날 낮 12시가 돼서야 발령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북한 무인기 침투에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군도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라고 지시한 것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먼저 도발해 우리가 자위권 차원의 상응조치를 취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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