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토끼소녀

기자 2023. 1. 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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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에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걸그룹 토끼소녀의 데뷔 당시 이름은 바니걸스였다. 그러나 1974년 외래어 이름을 한글로 개명하라는 정부의 압력 때문에 토끼소녀로 바꿨다. 그 당시 블루벨즈는 청종(靑鐘), 템페스트는 폭풍, 뜨와에므와는 너와 나, 어니언스는 양파들, 라나에로스포는 개구리와 두꺼비가 됐다.

1970년 ‘미다스의 손’인 신중현의 프로듀싱을 거쳐 세상에 나온 바니걸스는 10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자매 고정숙·재숙으로 결성됐다. 자매의 어머니가 국악예고에 원서를 낼 때 사진 한 장을 돌려받을 정도로 두 사람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부산 남포동에서 태어난 자매는 어머니의 조기교육(?)으로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어머니가 직접 신중현을 찾아가서 음반제작을 부탁하는 등 열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1973년과 1974년에 TBC 7대가수상, MBC 10대가수상, KBS 가요대상 중창단 부문 등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냥 갈 수 없잖아/ 하던 말이 남았는데/ 그냥 갈 수 없잖아/ 마음도 가져가야지”로 시작되는 ‘그냥 갈 수 없잖아’(1977년)가 히트하면서 일본에도 진출하는 등 명성을 얻었다. 귀여운 외모를 무기로 자신들이 디자인한 미니스커트를 입는 등 파격적인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1990년 해체하기 전까지 바니걸스는 주로 팝송을 리메이크하거나 번안하여 불러서 히트곡을 양산했다. 미국의 남성그룹 빌리지피플의 ‘YMCA’와 스페인 여성듀오 바카라가 부른 ‘예써, 아이 캔 부기’ ‘쏘리, 아이 엠 어 레이디’ 등을 번안하여 부르기도 했다. 한날한시에 세상에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2016년 10월 언니 정숙이 먼저 세상을 떴다. 고재숙의 딸 전소니와 주니는 각각 배우와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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