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저격한 대통령실 "나경원 처사 실망스러워"…"전대 개입 아니다" 강한 부정도
"국가중대사 총괄할 부위원장이 부적절언행, 회의도 안열어"…위원장은 대통령
羅 "직원 19명, 연 20억, 평가·장기계획역할뿐이었다" 위원회 위상 인식차
대통령실이 8일까지 같은 여권(與圈)인사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저격에 거듭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연직 위원장인 위원회의 위상이나 전체회의 개최 여부 등 역할에 관해, 진실공방에 가까울 정도로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론 나경원 부위원장이 위원회 첫 기자간담회에서 '아이 셋까지 출산 시 전세대출 또는 주택담보대출 원금 탕감' 아이디어를 제안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3·8 전당대회가 다가오자, 당심(黨心) 지지세가 강하던 잠재적 주자를 권력 핵심부가 내려앉힌다는 논란 확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친윤(親윤석열)계가 조직력을 과시하며 특정 당권주자를 띄우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의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 발표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대통령실은 나경원 부위원장의 일련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은 위원회 논의와 전문가 검증 없이 언론에 발표해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며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강행한 것은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라며 "예산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마저도 예산 조달 방법과 예산 추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점을 들어 극구 반대한 개인 의견을 발표해 국민께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련의 언행은 수십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더구나 저출산 위원회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 차원에서 그 어떤 논의도 이뤄진 바가 없다"고 책망했다.
나 부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헝가리의 출산율 제고 성공 사례를 거론하며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등을 시사해왔다. 헝가리 모델은 신혼부부에 한화로 4000만원~5000만원 가량의 목돈을 장기 저리대출해주고 첫째 아이 출산시 이자 탕감, 둘째 출산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시 전액 탕감으로 혜택을 늘리는 방식이다.
나 부위원장은 한국판 정책의 경우 목돈 대출을 4배 수준(약 2억원)으로 책정하는 안을 거론하거나, "조금 더 과감하게 (전세·주택대출)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간담회 발언)고 했다. 육아기 단축 근무제도 사용시 급여 감소분 보전, 다자녀 가구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향 등도 제안했다.
위원회 내에선 연 12조원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튿날(6일) 안상훈 대통령실이 사회수석이 브리핑을 자청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규정하고 나섰다. 나 부위원장은 당일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건데, 개인 의견으로 치부한 건 너무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후 나 부위원장은 8일 오전 페이스북으로 "저는 이 제도(헝가리 식 저출생 대책)를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구입을 위한 담보대출, 또는 전세자금 대출에 응용해보는 아이디어 정도를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공개입장을 내기 전까지 만 하루 침묵하던 그는 실제 간담회에서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 등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아직까지 정책적으로 확정이 된 건 아니며, 당장 추진할 계획을 가진 것도 아니다"며 "간담회 현장에서도 '추후 검토하고 담당 부처와 협의할 생각'임을 명확히 밝혔다"고 했다. "저출산 위기가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고, 청년들의 주택 부담이 특히나 큰 우리의 경우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해외 사례"로, 정식 검토·논의에 들어가기 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 어떤 정부 정책이든 완성하고 결정해나가는 과정은 결코 간단할 수 없다"며 "어찌됐든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다만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재정투입 부담도 크나, 그 불가피성도 뚜렷한 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더욱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이란 공세로 논의를 차단하고, 해촉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는 나 부위원장이 최근 "그동안 저고위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위원회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며 "업무는 '평가'와 '장기계획 마련'에 불과하고, 직원 19명, 자체사업은 하나도 없는 연간 20억원의 예산"을 토로한 것과도 배치된다. 현직 장관들이 조(兆)단위 예산을 운용하는 정부부처들과 규모와 실권 측면에서 대조된다.
나 부위원장은 7개 부처 장관 당연직 참여 위원회 산하에 11개 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정책운영위를 갖추고 차관 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를 통해 4대 분야 6대 핵심과제를 설정했고, 위원회 예산을 연 16억원 가량 추가 확보하거나 '인구미래전략위원회'로 개칭하는 입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혀왔다.
활동 기간 여당 소속 단체장의 광역단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문가 15인이 참여한 제8기 민간위원단을 꾸린 것도 사실상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 사전 준비로 풀이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전대 직전 불신임 메시지를 거듭하면서 나 부위원장의 정치적 입지와 위원회까지 동시 좌초될 상황에 놓인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나 부위원장을 거듭 겨눈 이례적 비판이 해석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조직을 자기정치에 활용하는 행태에 제동을 건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위원장 해촉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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