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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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인가, 빈살만인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대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시 주석과 웃으며 악수했다' 식으로 말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아버지는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다.
빈살만은 살만의 아들, 알사우드는 사우드 가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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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인가, 빈살만인가.’
연전에 교열계 한 인사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관련해 지칭으로 ‘무함마드’를 쓰는 데 동참할 의사가 없냐고 했다. 명분은 ‘빈살만’이 성(姓)이 아니니 현지에서 사용하는 이름으로 쓰는 게 맞다는 것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대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시 주석과 웃으며 악수했다’ 식으로 말이다.
아랍인은 본인 이름, 선대 이름, 가문 이름 식으로 작명한다고 한다.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아버지는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다. 빈살만은 살만의 아들, 알사우드는 사우드 가문을 뜻한다. 그러니 지칭할 때 ‘빈살만 왕세자’로 받는 것은 틀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름 무함마드로 쓸 때 성과 경칭으로 지칭하는 우리 관습과 충돌한다.
무함마드를 선택한 신문 매체는 서울신문 경향신문 한겨레 등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는 빈살만을 고수했다.
언어 관습에 옳고 그름 없어
<논어>에 나오는 ‘자왈(子曰),’은 동양에서 가장 오랜 지칭 사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란 뜻이다. 자(子)는 성현의 반열에 이른 사람에게 붙이는 경칭이다. 선생님은 공자(孔子)를 일컫는다. 공자의 이름은 구(丘)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칭 관습이 ‘김 대표는’ 식의 성과 직함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한·중·일은 뉴스에서 2차적으로 사람을 지칭할 때 성을 쓴다.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첫머리에 썼으면 다음부터는 윤 대통령으로 받는다. 이는 영미권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으로 지칭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빌 클린턴과 함께 기사에서 다뤄질 때 성으로 쓰기도 하고 이름 힐러리로 지칭하기도 한다. 베트남 주석인 응우옌쑤언푹은 응우옌이 성이지만 대부분 한국 매체에서 푹으로 지칭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부분 매체가 이름 하루키로 지칭하고 있다. 영미 외신이 그들 관습대로 하루키를 성으로 오인해 보도한 것을 한국 언론이 2차 기사화할 때 그대로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독자를 우선하는 선택해야
관습은 일정한 권력을 가진다. 그러나 관습이 규칙은 아니다. 빈살만이 성이 아니고 무함마드가 이름인 것은 맞다. 지칭으로 무함마드를 쓰는 것은 규칙이 아니고 관습이다. 빈살만으로 쓰는 것도 관습이다.
미국에선 한국 사람을 지칭할 때 성이 뒤로 가고 이름이 앞에 온다. 연아 김(yuna kim)이다. 이것은 그들의 관습에 따른 것이다. 우리는 한국식으로 김연아(kimyuna)로 써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아랍 현지에서 이름으로 지칭한다고 해서 반드시 따를 이유는 없다. 언어 관습에 옳고 그름은 없으니까 말이다. 단지 권력을 지닌 언어가 표준이라는 허울을 쓸 뿐이다.
지난 시절 교열기자는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줄기차게 고쳤다. 영혼 없는 공무원처럼. 하지만 대중은 고집이 셌다. 짜장면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제도나 관습, 규칙 등을 바꿀 때는 지금보다 개선하거나 공중의 이득이 있어야 한다. 옳고 그름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무함마드’는 선택일 뿐이다. 우리는 ‘빈살만’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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