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저출산’ 새해 화두로 삼은 日, 한국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과제로 삼아
아이 낳을 만한 사회 만들기 총력
日처럼 우리도 더욱 치열한 논의를
2023년을 맞은 일본의 화두 중 하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도 도정 운영의 핵심으로 ‘어린이 우선’을 내세웠다. 또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에는 소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녀 1인당 매달 5000엔(4만7000원)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은 “보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도쿄도는 가능한 모든 것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새해 벽두 일본 정부, 최대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약속이나 한 듯 저출산 문제 해결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데는 그만큼 큰 위기감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일본 신생아 수가 80만명이 되지 않아 역대 가장 적을 것이라는 전망은 작금(昨今)의 일본이 직면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한다.
오랫동안의 고민과 대책 마련에도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본은 저출산을 여성이나 부부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사회 구성원이 책임져야 할 과제로 확대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만한 사회로 탈바꿈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왔다. 올해 4월 총리 직속으로 설립되는 아동가정청은 이런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다. 이 기관은 후생노동성 등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출산, 육아, 아동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가 된다.
일본 정부는 아동가정청 설립 목적을 “어린이 누구 하나 남김없이 건강한 성장을 하도록 사회 전체가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 학대, 아동 빈곤, 청소년 자살률 증가 등 아이들을 둘러싼 사회 전반의 문제를 살피면서 아이를 낳을 만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오구라 마사노부(小倉將信) 저출산대책담당상을 좌장으로 하는 관계 부처 회의체를 만들어 아동수당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지원 확충 등의 논의가 시작되며 아동가정청 설립 후인 4월 이후엔 막바지 검토를 거쳐 저출산 대책을 6월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되는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에 담을 예정이다.
문제는 새로 수조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 확충이다. 기시다 총리는 향후 관련 예산을 늘려가기 위한 방안 마련을 내각에 지시했다.
이렇게 저출산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 지자체 등의 고민과 대책을 전하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떠올리는 건 한국의 현실이다.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은 일본이 1.30명, 한국이 0.81명이다.
일본의 저출산 문제를 전하는 기사를 몇 번 쓴 적이 있다. 일본의 15세 미만 어린이 인구 비중이 1950년 이후 최저라는 지난해 5월 기사 같은 것들이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의 대부분이 남 걱정하지 말고 우리 걱정이나 하자는 내용이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댓글의 내용을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우리 스스로 느끼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의 저출산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꽤 많은 고민을 하고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며 대응해 왔다. 하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질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만으로 애국(愛國)한다는 소리를 듣는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화두로 삼아 훨씬 치열한 논의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일본은 그렇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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