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빙-황 호주 커틴대 한국학부 학장 “교육·공공외교로 韓·濠 관계 강화 기여 뿌듯” [차 한잔 나누며]
당시 전공 3명뿐… 급성장 놀라워
2022년 양국관계 공헌 인물 올라
한국·호주 간 인연 현지 홍보 앞장
濠 청년들 韓 문화 관심 좋은 징조”
조안나 엘프빙-황(사진) 호주 커틴대학교 한국학부 학장은 유창한 한국말로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워클리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한·호 언론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그는 “교육과 공공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데 작게나마 기여하는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뿌듯해했다.
서호주주(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 퍼스의 커틴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엘프빙-황 학장과 한국의 인연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96년에 영국 셰필드 대학교에서 한국학 학사과정에 등록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당시 만난 한인 친구들의 영향이 컸다. (한국인) 남편도 거기서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셰필드 대학교의 한국학 과정은 규모가 매우 작아 한국학을 전공한 사람은 3명밖에 없었다”며 “사실 1990년대 한국학은 한국 정부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을 통해 지원한 덕분에 영국과 호주에서 간신히 살아남는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작은 연구 분야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지역 연구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사실이 너무 놀라울 때가 있다”며 “한국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적잖은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은 호주 최초의 한국학부 학장이 됐으니 저는 ‘마지막에 웃게 된 사람’”이라고 미소지었다.
엘프빙-황 학장은 자타공인 호주 내 ‘한국 홍보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과 호주의 수교 60주년(2021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호주 외교통상부가 만든 ‘한·호 관계 60년’이라는 발간물에서 양국 관계에 공헌한 60인 중 한 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엘프빙-황 학장은 1970년대에 호주가 한국에 양떼 2500마리를 보낸 사연이 현지에서 보도되는 데 일조했다. 그는 “서호주 한국연구센터(The Korea Research Centre of Western Australia)가 6·25전쟁 이후 양국 사이의 역사를 돌아보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한국 농업 부문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자금을 지원했다는 문서를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호주 외무부(현 외교통상부)는 2500마리의 호주산 양과 함께 최신 농업 기술을 사용해 한국에 양 시범 농장 건설을 지원할 전문가 그룹을 보냈다. 엘프빙-황 학장은 더 많은 호주인이 이 같은 한국과의 인연을 알 수 있도록 홍보했다. 실제로 1972년 ‘한-호 면양시범농장’이 시작되면서 전북 남원시 운봉읍의 바래봉 아래에는 국립종축장의 분소가 설치됐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호주 정부가 주도하고 승인했다”며 “두 나라 사이에 알려진 최초의 공식적인 농업 과학 협력인 셈”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바래봉에는 철쭉 군락지가 형성돼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당시 한국에 들어온 양떼로 인한 사연이 공교롭다. 당시 호주에서 온 양들은 다른 식물을 뜯어 먹어도 이상이 없었는데, 유독 철쭉을 뜯어 먹은 양들은 기절하는 등 탈이 나면서 철쭉만 남겨둬 철쭉 군락지가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엘프빙-황 학장은 “어떻게 보면 바래봉의 양떼들이 양국 관계의 토대를 마련한 것일 수 있다“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 덕분에 한·호 관계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엘프빙-황 학장은 “현재 호주 전역에서는 미래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전환 및 혁신 분야에서 한·호 간 협력이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그만큼 저도 한국과 호주의 관계를 강화하는 부분에서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세계 젊은이들이 한국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K팝이나 K드라마 등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을 글로벌 경제 주체이자 세계 무대에 외교 자본을 가진 미들파워(Middle Power·중견국)로 보기 때문”이라며 “특히 호주 젊은이들은 한국 문화를 낯설어하지 않고,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한다. 이것은 양국 관계의 미래에 좋은 징조”라고 자신했다.
퍼스(호주)=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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