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참겠다” 해외로 나간 한국인, 들어온 외국인의 2배
반면 한국은 지난해 입국제한 완화로 가닥을 잡으면서 연초부터 해외 각지로 향하는 내국인 해외여행객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폭증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보다 한발 늦은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과 개인 자유여행을 허용하면서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한국보다 중국과 일본 등 인접국의 방역완화와 개방이 늦어지면서 한국으로 오는 해외여행객이 내국인 여행객 증가폭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던 인천공항 이용객도 지난해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향하는 승객들도 최저치를 기록했던 2021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786만9759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458%나 증가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2019년 7116만9722명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204만9851명, 2021년 319만8909명으로 급격히 감소했었다.
해외여행이 폭증하면서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여행수지 적자폭은 다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여행수지는63억870만달러 적자로, 이미 2021년 연간 62억2600만달러 적자를 이미 넘어섰다. 일본여행 빗장이 본격적으로 풀린데다 초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일본으로 간 한국인 여행객이 11월부터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지난 한 해를 통튼 여행수지 적자는 이보다 클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한 축인 여행수지 적자마저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개선이 제약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5~2019년 한국의 여행수지는 5년 연속 연간 100억달러 이상 적자였다. 2015년 사상 처음으로 여행수지가 10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7년에는 183억2000만달러까지 적자폭을 키웠다가 2018년엔 165억7000만달러, 2019년에는 118억7000만달러까지 적자폭이 줄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해외 출국과 국내 입국이 모두 막히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전년의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각국 출입국 제한 완화와 함께 해외여행이 늘면서 적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각국 봉쇄 제한이 풀리면서 올들어 여행수지 적자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내국인 해외여행은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 수요’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여행수지 적자가 다시 100억달러대로 늘어나면 올해 경상수지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쓰는 돈에 비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쓰는 돈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여행수지 적자에 한몫하고 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소비한 지출 규모를 나타내는 거주자 해외소비 규모는 지난 3분기까지 11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6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포털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제선 여객 수는 2021년보다 616.4% 증가한 1176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해말 일본 정부의 무비자 입국 허용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공격적인 일본 노선 확대에 힘입어 급증했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의 여객실적을 회복하려면 2025년은 돼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유럽 항공편은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을 상당분 회복한 만큼 중국 항공편 증편 추이가 올해 회복세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중국 정부가 8일부터 입국자 격리를 해제하는 등 입출국 빗장을 풀면서 전환점을 맞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일었지만 한국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중국 항공편의 증편을 중단하고 중국발 한국행 탑승객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올해 초 항공편 회복은 일단 어려워진 상태다. 국토부는 최소 다음달까지 증편 중단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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