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꽂았더니…노화·이상징후 감지까지 30분 만에? [CES 2023]

2023. 1. 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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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배터리 간편 진단 서비스 공개
SK시그넷과 공동개발·CES서 인기몰이
상위 20% 배터리엔 ‘뱃지’ 부여로 안심
일반 고객부터 중고차·보험사까지 관심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3’에서 관람객들이 SK온이 선보인 배터리 간편 진단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김지윤 기자] # “현재 차량의 연식은 2021년 3월, 누적 주행거리는 5만㎞, 배터리 충전 상태는 50%입니다. 곧 차량 충전과 함께 배터리 간편 진단이 진행됩니다.”

전기차 충전기에 차량을 연결하자 이같은 안내가 흘러나왔다. 30분 후 충전이 완료되자 배터리 진단 결과가 휴대전화로 전송됐다. ▷배터리 노화도 99% ▷등급 최우수 ▷주행거리 400㎞ ▷감지된 이상 징조 없음 ▷상위 20% 배터리로 ‘배지’(badge) 부여.

전기차 충전을 위해 충전기를 꽂았을 뿐인데, 배터리 상태를 하나하나 파악해 알려주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SK온은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배터리 간편 진단 서비스를 공개했다. 수년간 배터리 실험 데이터와 전기차 운행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끝에 최근 95% 이상 신뢰도를 달성했다고 판단, 디자인을 공개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SK온은 SK시그넷과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별도의 절차 없이 배터리를 진단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전용 급속 충전기 기술을 개발한 뒤 실제 차량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기술의 정확도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상태는 전기차의 안전과 직결된다. 전기차 운전자뿐만 아니라 렌터카 업체나 중고차 거래업체, 보험사, 정비업체 등 다양한 이용객들이 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현장 관계자는 “시중의 배터리 진단 서비스는 별도의 진단 기기가 필요했지만 SK온이 만든 제품은 평소대로 전기차 충전만 하면 된다”며 “일반적으로 데이터 수집에만 최소 90분에서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SK온이 진단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화도는 신품 대비 현재 내 차량의 성능이 어느 정도 인지 알려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 ‘노화도 99%’는 신품 대비 99%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고 있고, 노화 속도도 매우 느리다는 의미다.

배터리 등급은 ‘최우수’에서 ‘주의 필요’까지 5단계로 부여된다. 추가 기기를 장착하면 이상 징조와 배터리 관리 습관도 함께 진단받을 수 있다.

주행거리는 현재 상태에서 완전 충전 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간편 진단을 통해 계절과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주행 거리도 확인할 수 있다.

이상 징조는 비정상적인 배터리 전압과 온도 변화를 분석해 알려준다.

배지는 여러 지표가 우수한 배터리에 부여하는 표식이다. 별다른 이상 징조가 감지되지 않았다면 ‘안전’, 노화도가 특히 낮다면 주행 거리가 길다는 의미에서 ‘롱 드라이브’, 노화 속도가 특히 느리다면 건강하다는 의미에서 ‘건강’ 배지가 부여된다.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면 배지는 총 3개를 받게 된다.

‘CES 2023’에서 SK온이 선보인 배터리 간편 진단 서비스. [김지윤 기자]

충전 습관 기록 기능을 활용하면 배터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용 습관을 확인해 배터리를 최적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는 완전히 충전 혹은 방전됐을 때 수명이 급격히 단축된다.

또 날씨나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주행거리도 구체적으로 표기해 운전자들이 보다 쉽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CES 현장에서 관람객들은 부스에 마련된 충전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화면을 들여다보며 배터리 간편 진단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했다. 영상 속 ‘QR코드’에 접속하니 생소한 용어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배터리 진단기를 체험해 본 대니얼 존스 씨는 “이런 진단 서비스는 처음 봤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특히 배터리 진단 정보를 보기 쉽게 알 수 있어 좋았다”며 “나중에 꼭 사용해보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온이 충전사업자 등과 제휴를 통해 배터리 진단 서비스 인프라 사업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용 충전기가 아니더라도 SK온과 제휴한 급속 충전기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SK온은 향후 테슬라 등 타사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배터리 간편 진단 서비스는 일반 고객들의 전기차 관리는 물론 중고차 거래 등 전기차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객 친화적인 배터리 진단을 통해 시장 표준을 주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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