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원 들인 목조 거북선…11년 만에 폐기물로?
[KBS 창원] [앵커]
거제시가 16억 원을 들여 복원한 목재 거북선을 폐기 처분하기로 한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목재가 심하게 썩어 전시용으로 두기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게 처분 이유인데, 애초 부식을 막기 위한 조치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광장, 길이 25m, 높이 6m의 목재 거북선이 전시돼 있습니다.
경상남도가 2011년 국비 등 16억 원을 들여 복원한 겁니다.
배 꼬리 부분 곳곳이 심하게 부서졌고, 선체 외벽에는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2015년 수리한 용머리 장식 일부도 온데간데없습니다.
이 거북선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 꼬리 부분이 크게 부서졌는데, 거제시는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 수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관리 주체인 거제시가 지난해 12월 수리 대신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목재가 심하게 부식돼 거북선을 그대로 둘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게 이유입니다.
[거제시 관계자/음성변조 : "(목재를) 툭툭 치니까 안으로 들어가 버리더라고요. 주먹으로 치니까. 안이 비어있다는 얘기거든요."]
문제는 거제시가 2012년 이후 8차례 보수 작업을 했지만, 목재를 썩지 않게 하는 방부 처리 작업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겁니다.
[이광복/도편수 : "육상에서 비에 노출되고 그러면요. 한 8년 정도, 10년 안에서 노후화가 되어 버려요."]
두 차례 도장작업 때도 목재에 공기가 통하는 걸 막는 '에나멜 페인트'를 사용해 부식이 더 빨리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거제시 관계자/음성변조 : "에나멜 페인트를 바르면 안 되는 부분인데. 오일 스테인이나 동백기름을 발라야 하는데. (페인트를) 칠해버리면 밖으로 수분이 배출이 안 되니까 그 부분이 썩었습니다."]
비와 햇볕을 막아줄 가림막 설치도 없었습니다.
[전기풍/경상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부위원장 : "풍찬노숙 형태입니다. 햇빛 가리개도 없고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고 비가 내리면 비를 그대로 맞고 있지 않습니까. 폐기 처분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복원 직후 해상에 전시됐지만 바닥에 바닷물이 들어차고, 국내산이 아닌 미국산 소나무로 만들었다는 논란으로 육상으로 옮겨진 지 11년 된 거북선, 거제시는 다음 달 공유재산 심의회에서 폐기 처분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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