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왕개미가 황제의 수레에 깔렸다”
김재영 논설위원 2023. 1. 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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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연환계가 화공에 실패한 이래 배를 묶어 큰 배를 만든다는 항공모함의 발상이 나오지 않았다." 2020년 10월 중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 비판하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적벽대전' 얘기를 꺼내며 당국을 겨냥했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ANT)그룹의 기업공개(IPO)는 상장 이틀 전 돌연 취소됐고, 마윈은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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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연환계가 화공에 실패한 이래 배를 묶어 큰 배를 만든다는 항공모함의 발상이 나오지 않았다.” 2020년 10월 중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 비판하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적벽대전’ 얘기를 꺼내며 당국을 겨냥했다. 이 말은 개인과 기업의 배를 엮어 당국에 맞서겠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환계는 화공에 무너졌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ANT)그룹의 기업공개(IPO)는 상장 이틀 전 돌연 취소됐고, 마윈은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7일 앤트그룹은 마윈이 보유한 의결권을 50% 이상에서 6.2%로 줄이는 지분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마윈은 자신이 지배권을 가진 다른 법인을 통해 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발휘했지만, 지분 조정으로 이 같은 방식이 불가능해졌다. 최근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마윈의 부활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결국 한번 박힌 미운털은 뽑히지 않았다.
▷앤트그룹은 마윈의 알리바바 중에서도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로 시작해 대출, 보험, 자산관리까지 영역을 넓혔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되던 상장에 성공했다면 마윈은 단숨에 세계 11위 부자에 오를 기세였다. 앤트그룹은 개미(중국명 螞蟻)라는 회사 이름처럼 금융 문턱이 높은 개인과 자영업자들을 공략했다. 하나는 미약하지만 합치면 힘을 낼 수 있는 개미의 비유를 마윈은 자주 들었다. 창업 초기 미국의 유통공룡 이베이와 맞붙었을 때 “개미도 세계를 들어올릴 수 있다”고 했고, 결국 이베이를 넘어섰다.
▷승승장구하던 앤트그룹은 마윈의 설화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살기)’를 내세워 빅테크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시작했다.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은 당국의 강도 높은 감사를 받고 대규모 과징금도 물었다. 왕개미(마윈)가 황제(시 주석)의 수레에 깔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텐센트, 디디추싱, 메이퇀 등도 규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빅테크 기업에 대한 태도를 바꿔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내수를 살리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빅테크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길들이기’ 작업이 끝났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빅테크들은 모험 투자를 줄이고 기부를 늘리는 등 정부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빅테크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정부 한마디에 냉·온탕을 오가는 경영 환경에서 과연 배를 엮어 항모를 만드는 상상력이 나올지는 의문이 든다.
▷7일 앤트그룹은 마윈이 보유한 의결권을 50% 이상에서 6.2%로 줄이는 지분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마윈은 자신이 지배권을 가진 다른 법인을 통해 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발휘했지만, 지분 조정으로 이 같은 방식이 불가능해졌다. 최근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마윈의 부활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결국 한번 박힌 미운털은 뽑히지 않았다.
▷앤트그룹은 마윈의 알리바바 중에서도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로 시작해 대출, 보험, 자산관리까지 영역을 넓혔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되던 상장에 성공했다면 마윈은 단숨에 세계 11위 부자에 오를 기세였다. 앤트그룹은 개미(중국명 螞蟻)라는 회사 이름처럼 금융 문턱이 높은 개인과 자영업자들을 공략했다. 하나는 미약하지만 합치면 힘을 낼 수 있는 개미의 비유를 마윈은 자주 들었다. 창업 초기 미국의 유통공룡 이베이와 맞붙었을 때 “개미도 세계를 들어올릴 수 있다”고 했고, 결국 이베이를 넘어섰다.
▷승승장구하던 앤트그룹은 마윈의 설화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살기)’를 내세워 빅테크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시작했다.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은 당국의 강도 높은 감사를 받고 대규모 과징금도 물었다. 왕개미(마윈)가 황제(시 주석)의 수레에 깔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텐센트, 디디추싱, 메이퇀 등도 규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빅테크 기업에 대한 태도를 바꿔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내수를 살리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빅테크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길들이기’ 작업이 끝났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빅테크들은 모험 투자를 줄이고 기부를 늘리는 등 정부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빅테크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정부 한마디에 냉·온탕을 오가는 경영 환경에서 과연 배를 엮어 항모를 만드는 상상력이 나올지는 의문이 든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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