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면직된 공무원을 ‘비서실장’으로 임용한 성북구
9개월 뒤 재임용 이어 승진
구청 내부자 ‘봐주기’ 의혹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500만원 이상 벌금을 물고 운전면허가 취소됐던 서울 성북구 공무원이 면직 9개월 만에 재고용된 데 이어 핵심 보직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북구는 해당 공무원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도 별도 징계 없이 사직 처리했다. 구청이 애초 재임용을 염두에 두고 내부자를 ‘봐주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성북구는 지난 3일 정무비서관 A씨를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2020년 입사한 A씨는 공무 수행 기간이던 2021년 9월 강남구 일대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A씨는 측정을 거부해 500만원 이상 벌금이 부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음주운전에 걸린 데 이어 또 적발된 것이어서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성북구는 A씨를 면직 처리했다. 경찰에서 피의사건 통보가 오기 전이었다. 당시 성북구는 의원면직(자진사직)으로 처리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본인이 먼저 일신상 이유라며 사의를 표했고 이를 수용했던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면직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6월 비서관으로 재임용됐으며, 최근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A씨는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이승로 현 성북구청장 선거캠프에 합류했고 이 구청장 당선 이후 정무비서관으로 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음주운전 적발 이후) 책임을 느껴 바로 구청을 그만뒀고 1년 가까이 근신하며 지냈다”고 말했다. ‘두 차례나 음주운전 이력이 있어 구청장 비서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A씨는 벌금형을 받아 관계 법령상 임용 결격 사유에 해당하진 않았다”면서 “(음주운전 이후) 면직된 것 역시 본인 사의에 따른 것으로 징계에 의한 것은 아니어서 재임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방공무원법 제44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공무원에 대해서만 임용 결격 사유를 두고 있다. 징계 사유가 발생해 면직된 경우 파면은 5년, 해임은 3년 재임용 제한 기간을 둘 수 있으나 A씨의 경우 징계 처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규정 역시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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