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취수원 사업’ 주민 갈등 재점화
“사업 강행 염두한 행보” 규정…민관협의체 해체, 집회 예고
정부가 최근 주민 동의 없이 낙동강 하류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 착수하면서 경남 창녕·합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지역소통 민관협의체’를 해체하는 한편 대규모 규탄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8일 창녕군 길곡면 증산마을 창녕함안보 입구에는 강변여과수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렸다. ‘창녕군민 단결해 강변여과수 개발계획 저지하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당장 중단하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농민 김모씨(54)는 “하루 45만t 강변여과수를 부산에 주면 지하수 고갈로 농사도 못 짓고 농지가 사막화되는데, 왜 자꾸 강행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고추·오이 등 지하수를 이용한 온실하우스 특수작물 재배가 한창이었다.
환경부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창녕 낙동강변여과수(45만t)와 합천 황강변 복류수(45만t) 등 하루 90만t을 개발해 부산과 동부경남으로 공급(관로 102.2㎞)하는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투입 예산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를 계기로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 형태로 추진됐다. 그러나 지하수 고갈과 상수도 보호구역 지정 등을 이유로 사업 백지화와 추진이 반복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경남도가 ‘주민 동의 우선’이라는 조건을 달아 동의하면서 다시 추진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착수 단계에 해당하는 실시설계비(총 76억8000만원) 중 19억2000만원이 올해 정부 예산에 확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예산 확보는 지난달 24일 부산시의 건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수 강변여과수 개발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을 할지 안 할지 결정지을 타당성조사 용역도 안 한 상태에서 실시설계비를 통과시키는 것이 말이 되냐”며 “타당성조사 용역에 이어 실시설계비까지 확보한 정부는 주민 의견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정봉훈 합천황강취수장 반대군민대책위원회 공동대책위원장도 “주민 동의 없는 사업에 실시설계비를 왜 반영하냐”며 “사업 강행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오는 17일 2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민관협의체의 해체를 예고했다. 다음달에는 대대적인 단체행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경남도 역시 “주민 동의 없이 사업을 강행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실시설계비는 원활한 사업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 확보한 예산”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시행하는 타당성 용역조사는 주민 동의를 얻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며 “실시설계비는 정부 예산안에 잡혀 있던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신규로 확보한 예산으로 연내 사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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