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보고서 베껴 행안부에 낸 용산구청
장혜영 의원 “허위·거짓 보고”…총체적 기강 해이 지적
서울 용산구청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당일 행정안전부에 상황보고서를 발송하면서 소방청 구조상황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재난 예방 의무 1차 책임 기관으로 꼽히는 용산구청이 참사 직후 기본적인 상황마저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타 기관 보고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등 총체적으로 기강이 해이해져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8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용산구 상황보고서를 보면 용산구청은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1시47분 ‘서울시 용산구 다수 인파로 인한 부상자 다수 발생’이란 제목의 상황보고문을 행안부에 보고했다. 사고 발생 후 1시간32분이 지난 시각에 이뤄진 첫 상급기관 대상 보고였다. 보고서에는 상황개요와 피해상황, 응급조치상황, 동원사항 등이 담겼다.
용산구청이 행안부 보고에 쓴 응급조치상황 내역은 소방청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3분 행안부를 포함한 유관기관에 1보를 발송한 ‘구조상황보고서’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용산구청은 ‘22시15분 사고 발생 신고접수 소방력 출동’ ‘소방청 보고 및 유관기관(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 경찰, 구청 등) 상황전파’ ‘22시29분 용산 현장대응단 인근 현장 도착 및 도보로 이동 중’ 등 소방이 실시한 구조활동 내역을 구청의 응급조치 내역으로 그대로 가져다 썼다. 구청이 작성한 보고서였지만, 구청이 목적어나 수신자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용산구청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53분 사고 상황을 인지했다고 밝힌 상태다. 용산구가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에 제출한 ‘상황대응 타임라인’을 보면 용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된 시간은 참사 발생 2시간5분이 지난 10월30일 0시20분이다. 용산구청이 소방 보고를 끌어와 사고 발생 직후 응급조치를 시행한 것처럼 첫 상황보고서를 꾸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6일 국조특위 현장조사에서 이에 대해 “(상황보고서) 내용은 보지 못했다”며 “당직실에서 보고서가 전달될 때 오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장혜영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해 용산구청은 이태원 참사의 예방과 대응 모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각종 허위·거짓보고 의혹까지 드러났다”며 “특히 기본적인 상황보고마저 타 기관의 조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자신들이 한 것처럼 허위보고 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3일 박 구청장과 유승재 부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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