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는 2030 수입원 다양화 수단…절제와 위험관리 중요”[다시 만난 2030 ‘자낳세’ 보고서]
김준송 전 리먼브러더스은행 한국대표 인터뷰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작된 ‘동학개미’ 운동은 개인투자자를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시 못할 존재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2017년 502만명 수준이었던 개인투자자는 2021년 1374만명, 4년 만에 2.6배 규모로 늘었다.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주만 해도 60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기세 좋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에게 2022년은 추운 한 해였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지난달 2~8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6.9%가 ‘주식 투자 경험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 중 ‘2020년 이후 이익을 보고 있다’는 사람은 17.5%에 불과했다. 70.0%는 손실을 보고 있었고, 12.5%는 원금을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자산가격 하락했어도 ‘위기’ 아냐
주식, 상향만 기대하면 투자 못해
‘손실’ 가능성 항상 염두에 둬야
상품 이해하며 포트폴리오 다양화
투자자 배신 기업은 철저히 외면을
동학개미 운동 3년차를 맞은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서 김준송 전 리먼브러더스은행 한국대표를 만나 물었다. 트레이더로 35년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김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절제와 위험관리’를 꼽았다. 20~30대의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자산시장에서도, 노동시장에서도 윗세대에 밀린 세대인 만큼 수입원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수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 지난해 국내외 증시는 큰 낙폭을 기록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외환위기)로 페레그린증권이 파산했을 때는 그곳의 한국 트레이딩 헤드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는 리먼브러더스은행 한국대표를 맡았다. 당시와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이 유사하다고 보나.
“지금이 두 번의 금융위기와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998년 한국은 국가가 부도 났었고, 2008년에는 은행들이 부도가 났지만 지금은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코스피가 1년 동안 30% 오를 때는 다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30%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경기 방어를 위해 돈을 너무 많이 풀었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니 주가가 떨어졌다. 너무나 간단하고 당연한 흐름이다. 자산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을 두고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약세장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다.
“주식은 항상 오르고 내린다. 투자는 장기적으로 하는 것이고 주식이 매번 오르기만 기대하는 사람은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다. 다만, 투자에 대한 기본 지식은 갖추고 투자를 했으면 한다. 지난해 같은 약세장이라도 숏을 쳐서(공매도) 돈을 벌 수도 있고 외환투자나 채권투자로 헤지를 하는 방법도 있다.”
- 20~30대 투자자들에게 물었을 때, 손실을 봤음에도 주식 투자를 포기 못하는 이유로 “월급만으로는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공감한다. 지금 20~30대는 일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고, 자산가격은 너무 많이 오른 상황이다. 우리 세대는 젊을 때 일자리를 구하기 쉬웠고, 일을 해서 집을 사면 은퇴할 때쯤 그 집을 팔아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세대 간의 경쟁도 심해졌다. 20~30대의 부모 세대는 자산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삼촌뻘인 40~50대는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 20~30대의 주식이나 가상통화 등 금융투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아직 많다. 젊은 투자자가 많아지는 현상은 어떻게 보나.
“금융투자는 위험한 것이 맞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투자를 안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투자는 수입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또한 20~30대가 자산시장이나 노동시장에서 다른 세대와의 경쟁이 쉽지 않다고 할 때 주식 투자는 젊은 세대가 해볼 가치가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 20~30대를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제와 위험관리’다. 투자은행(IB)에서 트레이더들에게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도 한도를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실이 이만큼 나면 팔자’고 정해둔 한도가 있다면 지켜야 한다. IB에서는 한도를 어긴 트레이더는 성과와 상관없이 해고한다. 트레이더가 해고됐다고 하면 십중팔구 한도를 어겨서 해고된 것이다. 이렇게까지 절제를 시키는 것은 트레이더가 망가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도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출은 얼마까지만 받자’ 등 자신만의 한도가 필요하다. 또 ‘상품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 해외주식, 외화, 채권, 원자재도 보고 또 가상통화, 부동산 등도 외면할 이유가 없다. 파생상품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파생상품을 어렵다 여기고 피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파생상품 시장 중에서도 선물시장을 이해 못하면 현물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현물에서 1만원어치가 거래된다면 선물시장에서는 5만원이 거래되고 현물시장은 결국 선물시장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 국내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에게 더 우호적인 환경이 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국 주식시장의 비효율성, 불공정성이 해소돼야 한다. 개인투자자로서는 주주들의 신뢰를 져버리는 기업들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잘되면 대주주만 잘되고 못되면 다 같이 망하는 투자는 하지 말라는 말이다. 예컨대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쪼개기 상장한 것은 위법은 아니지만 투자자를 배신하는 행위였다. LG화학은 쪼개기 상장하면서 이익을 많이 봤으니 앞으로도 또 그런 행위를 반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년도 더 전에 씨티은행이 남미의 한 기업에 큰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적이 있는데, 그때 씨티은행 시가총액이 딱 그 손실분만큼 떨어졌다. 그런데 씨티은행에서 회계부정 사태인 엔론 사태가 일어났을 때 그 10배는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들은 투자자들을 배신하지 말아야겠지만, 투자자도 주주를 배신하는 기업을 철저하게 외면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도 신뢰를 지키지 않겠는가.”
<시리즈 끝>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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