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슬립테크
잠 부족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상식에도 속하지 못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일까. 우선 비만·고혈압·당뇨에 악영향을 끼치고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면역력을 저하시켜 감기 발병률을 높이고 백신 접종 효과도 낮춘다. 8일 대한보건협회 학술지 논문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우울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19세 이상 1만3191명을 조사했더니 저녁·밤·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면서 잠이 부족한 사람들이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 주간 근무자보다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2.3배 높았다고 한다. 30대만 따지면 3.9배였다. 규칙적 숙면이 정신 건강의 중요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우리말 중에는 편치 않은 잠을 가리키는 말이 꽤 많다. 설익은 잠을 뜻하는 선잠, 불안해서 깊이 잠들지 못하는 사로잠, 자주 깨는 노루잠·토끼잠·괭이잠·벼룩잠, 자는 둥 마는 둥한다는 헛잠이 비슷한 말이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는 돌꼇잠, 비좁은 공간에서 자는 칼잠·새우잠도 불편한 잠을 지칭한다. 반면, 편안한 잠을 일컫는 말로는 단잠·귀잠·속잠과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는 통잠이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어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에서 슬립테크 분야가 주목받았다. 잠(sleep)과 기술(tech)을 합친 말인 슬립테크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으로 수면 상태를 분석해 숙면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수면 중 뇌파를 측정하고 숙면에 좋은 소리를 들려주며 몸을 뒤척인 횟수까지 기록하는 무선 이어셋 시스템, 호흡 소리로 수면 상태를 분석하는 솔루션, 수면에 최적화된 심박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매트리스 등이 한국산 기술로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2021년 세계 1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평일 6.7시간, 주말 7.4시간으로 세계 평균치보다 짧았다. 스트레스와 모바일 기기가 좋은 수면을 방해하는 주요인으로 꼽혔다.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전화를 본다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는 51%였다.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근래 2년마다 10만명씩 늘어나며 70만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기기 때문에 숙면을 방해받는데, 또 편안한 잠을 위해 첨단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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