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돔만 그나마 계획대로… 41살 잠실, 38살 사직은 언제쯤 후임 생길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정용진 SSG 구단주는 2023년 그룹 신년 인사에서 청라 일대에 조성할 돔구장 조감도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넓은 부지에 돔구장과 스타필드 건물이 수평적으로 배치돼 세련되고 웅장한 느낌을 줬다.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한 조감도로 확정된 그림은 아니지만, 이 공개된 사진 한 장은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한편으로는 청라돔구장을 차질 없이 건설하겠다는 오너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으로 야구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정용진 구단주는 지난해 8월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나 돔구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고,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난관이 있기야 하겠지만 지금 계획대로라면 2027년쯤 돔구장을 비롯한 각종 건물을 준공하고, 2028년 개막전부터는 프로야구 경기를 유치하는 타임테이블이다. 고척스카이돔이 사실상 반쪽짜리 돔구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청라돔은 한국프로야구에 ‘돔구장 시대’가 제대로 열린 것을 알리는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정작 새 야구장이 급한 곳은 따로 있다. 현재 SSG가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인천SSG랜더스필드는 준공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리모델링으로 여전히 좋은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야구팬들도 시설적인 측면에서 큰 불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 1‧2도시인 서울의 잠실야구장과 부산의 사직야구장은 아직 후임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매번 말만 나올 뿐, 아직도 구체적인 그림으로 이어 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잠실야구장은 1982년, 사직야구장은 1985년 준공했다. 나이로 치면 잠실이 41살, 사직이 38살이다. 물론 30년 이상 된 경기장이 무조건 낙후됐다는 법은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경기장을 개보수하며 오랜 기간 활용한다. 하지만 잠실과 사직은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뼈대가 좋지 않은데 리모델링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실제 이 구장들을 홈으로 사용하는 LG‧두산‧롯데, 그리고 지자체들은 매년 시설 보수에 많은 돈을 쓰지만 잘 티가 나지 않는다. 사직구장이 특히 그렇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모든 기능의 중심이고, 부산은 동남권 제1의 도시이자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다. 수요가 부족하지는 않다. 그래서 매번 신축 구장 및 복합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선거철의 단골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계획이 계속 공전되면서 팬들의 기대감도 시들해지는 양상이다. 그 와중에 광주‧창원‧대구에는 번듯한 새 구장이 들어섰고, 대전도 2025년 신축 구장 완공 예정으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상대적으로 서울과 부산의 행보가 더 더뎌 보이는 이유다.
계획은 여전히 있다. 서울특별시는 종합운동장과 영동대로를 잇는 부지를 복합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사업권자가 선정되기도 했다. 야구장도 옮겨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속도가 기대만큼 팍팍 붙지 않는다. 경기 침체 조짐이 있고, 금리도 올라 자금 동원에 적잖은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돔구장을 폐쇄형으로 지을지, 개폐형으로 지을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사용 주체가 될 LG와 두산도 이렇다 할 계획을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
부산 신구장 신축은 매번 선거철 공약으로 나왔고, 선거가 끝난 뒤 용역까지는 벌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는 패턴이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일단 2022년까지 사직야구장 재건축 타당성과 기본계획 수립을 끝내고 2025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8년 새 야구장을 완공한다는 청사진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체 구장 등 필수적인 여러 논의가 아직 100% 확정되지 않았고, 최근 계획도 기존 타임테이블보다는 늦어진 관계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롯데도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역시 삽을 뜰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이왕 지을 것이면 설계 때부터 확실한 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착공했다가 여러 차례 설계를 변경하는 와중에 공사비가 확 뛰어버린 고척스카이돔의 사례가 반면교사다. 허구연 KBO 총재도 “더욱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고 볼 수 있도록 잠실, 대전, 부산, 인천 등 프로야구장 신축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야구계의 몫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장이 신축되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겠지만, 프로야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 유력한 만큼 야구팬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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