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화학물질 ‘도파민’, 육아 시간 늘어날수록 아이 돌보는 능력 커지는 데 작용[신경과학 저널클럽]
사랑스러운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있을까.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고된 일이 또 있을까. 어떻게 한 가지 일이 이렇게 다른 두 가지 마음을 불러올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알고 보면 여기에는 우리 몸속에서 뇌의 작용과 관련 있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연관돼 있다. 도파민처럼 일상에서 흔히 언급되는 과학 용어도 드물 것이다. 강력한 쾌락이나 만족스러운 상황을 우리는 도파민과 연결하고는 한다. 도파민은 감정을 조절하거나 행동의 동기를 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행동의 결과에 따라 이후 행동을 교정하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양가적인 성격을 지닌 육아에서 도파민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최근 미국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의 스티픈 셰어 박사팀은 이 궁금증을 푸는 데 다가서는 연구를 했다. 연구진이 살핀 건 생쥐다. 갓 태어난 아기 생쥐는 사람의 아이처럼 무력하다. 어미 생쥐는 둥지를 짓고 그 속에서 아기 생쥐를 품어 키운다.
이 과정에서 꿈틀거리던 아기 생쥐가 둥지 밖으로 구르거나 어미 생쥐가 움직이다 아기 생쥐가 튕겨져 나가기도 한다. 그러면 어미 생쥐는 아기 생쥐를 얼른 둥지로 데려다 놓는데, 이것이 생쥐의 대표적인 양육 행동 중 하나다. 이런 양육 행동은 꼭 어미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끼를 낳지 않은 암컷 생쥐들도 할 수 있다. 처음 새끼를 마주한 생쥐는 양육 행동이 미숙한데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 정도면 제법 능숙하게 새끼를 둥지로 데려온다.
양육 행동을 배우는 속도는 새끼와의 관계나 양육 행동을 수행한 경력에 따라 달라진다. 함께 사는 암컷 생쥐는 하루면 새끼를 능숙하게 둥지로 데려온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매일 새끼를 함께 돌본 암컷 생쥐도 금방 양육 행동을 배웠다.
같이 살지도 않고 하루에 한 번 정도 잠시 새끼를 보는 생쥐는 며칠이 걸려도 배움이 느린 편이었다. 마치 한집에 사는 이모나 매일 아이와 만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은 육아에 능숙하지만, 가끔 지나다 아이를 만나는 이웃은 그렇지 못한 것과 비슷한 결과다.
연구진은 양육 행동에서 도파민과 행동의 관계를 살펴봤다. 도파민이 ‘동기’나 ‘활력’을 제공한다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 때 생쥐는 새끼를 더 잘 데려올 것이다. 반면 도파민이 행동을 ‘교정’하는 신호로 작동한다면 도파민이 나온 다음에야 새끼를 더 잘 데려올 것이고 새끼를 이미 잘 데려오는 생쥐는 도파민이 별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행동을 교정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연구진은 양육 행동과 도파민 분비 시점의 선후 관계를 밝히기로 했다.
실험 결과는 도파민이 행동을 교정하는 신호라는 가설을 지지했다. 능숙하게 새끼를 데려오는 생쥐는 육아 행동을 가다듬는 첫날에만 도파민이 강하게 측정됐다. 이미 행동이 능숙해진 이후에는 도파민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반면 잠시만 새끼를 돌보는 생쥐는 늘 행동 발달의 여지가 있었고, 실험 기간 내내 도파민이 측정됐다. 그리고 도파민 신경세포를 인위적으로 억제한 경우에는 새끼를 데려오는 행동이 숙달되지 않는 가운데 새끼를 데려오려는 시도는 계속 존재했다.
행동의 결과에 따라 보상을 얻고, 보상의 정도에 따라 행동을 교정하는 것을 ‘강화 학습’이라고 한다. 강화 학습은 심리학에서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된 개념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분야에도 활용된다. 이번 연구는 얼핏 본능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육아에도 강화 학습이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를 볼 때 느끼는 기쁨과 육아에 애를 쓰고 들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아이를 돌보는 능력은 커진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대목인 것이다.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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