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올해는 ‘거래가 있는’ 하락…반등 핵심 변수는 기준금리”

류인하 기자 2023. 1. 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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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6인이 본 ‘2023년 부동산 시장 전망’

주택산업연구원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전국 주택 가격은 3.5%, 아파트 가격은 5.0%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하락폭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것을 전제로 전국 아파트값은 8.5% 떨어지고,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9.5%, 13.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산연은 “고금리와 경기위축, 부동산 세제 정상화 지연 등으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완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高)가 부동산 시장을 당분간 억누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금리 상승이 멈추거나 예측 가능한 범위에 머무르면 정부의 규제완화책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도 ‘정부 정책이 집값 등락 좌우’ 예측
“내 집 마련하려면 매수 시점보다 시세 대비 싼 급매물에 관심을”

경향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6인에게 2023년 수도권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어보니 이들 모두 올해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하락폭 및 반등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전문가별로 답변이 달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역시 전반적인 하락이 예상되나 ‘거래가 있는 하락’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수석위원은 하락 형태도 지난해와 같은 ‘거래가 없는 하락’이 아닌 질적으로 개선된 ‘거래가 있는 하락’ 형태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는 급매물 거래에 따른 하락세를 이어가지만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연착륙에 따른 상승전환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수도권은 전반적인 하락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경기와 인천의 하락폭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는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개발 호재로 집값이 크게 상승했던 의왕, 안양 등 지역과 미분양 증가 지역인 안성, 평택 등의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 역시 올해 입주물량만 34만가구에 달해 매매값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 수석위원은 “지난 3일 부동산 정책의 전방위적인 규제완화가 있었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올해는 계속되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유동성 축소와 관련 산업 악화로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 “규제완화책이 집값 끌어올릴 방아쇠”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전국적으로 추세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은 ‘상저하보’(상반기 하락·하반기 보합)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와 경기침체 우려로 올해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계속되지만 하반기 들어 금리 고점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다주택 정리매물이 줄어들면 거래 감소와 함께 보합전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전체적으로 올해 역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락폭은 (지난해에 비해) 작을 것”이라며 “하반기 들어 주거선호지역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양상이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3일 ‘규제 해제 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해제했지만 여전히 올해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는 ‘기준금리’가 될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는 당초 ‘올해 말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영향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하며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점도표를 공개하고 올해 말 금리 전망치로 5.0~5.25%를 제시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는 고금리 태풍과 경기침체로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올 한 해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와 함께 부동산 시장에서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요소로 ‘경기침체’를 꼽았다. 그는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측되는 박스권에 있어 현재로서는 상수 또는 고정변수에 가깝다”면서 “다만 경제성장률은 일각에서는 1%대를 예상하지만 역성장 전망도 나오고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금리가 오르는 한 집값이 상승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올해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이 멈춘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부동산은 올해 말까지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반등이 오더라도 내년 이후를 기약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 “무주택자는 ‘타이밍 투자’ 지양해야”

전문가들은 지난 3일 정부의 대규모 부동산 규제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한 만큼 금리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시기부터는 정부 정책이 집값 등락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효선 수석위원 역시 “금리 인상이 언제 멈추는지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완화된 대출, 세제 등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매수 시점’보다는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에 따라 매수 의사결정을 하라고 조언했다. 우병탁 팀장은 “무주택 실수요자는 최근 하락하고 있는 청약경쟁률이나 경매시장의 매물 증가, 입찰경쟁률 하락, 매각가율 하락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주택자는 경기 상황에 따른 ‘타이밍 투자’를 지양하고, 본인의 대출여력 등 자금 마련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하락기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것을 권했다. 다주택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다주택자 세부담 방안이 확정되는 상황을 살피면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의 연간 예상 부담액을 감안하면서 주택 매입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급매물이 쌓여 있는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는 매수자의 가격협상력이 높은 만큼 시세보다 20~30%가량 저렴한 급매물이 나오면 충분히 고민해 의사결정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효선 수석위원 역시 “급하게 매입하기보다는 매물 증감 추이와 호가 등을 관망하다가 저점이라 판단될 때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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