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도 울상, 흥국의 아비규환 행정…선수들이 왜 피해를 입어야 하나 [오!쎈 화성]
[OSEN=화성, 이후광 기자] 4연승을 거두고도 웃지 못하는 팀은 프로스포츠계에서 흥국생명이 유일할 것 같다. 감독 경질, 수석코치 사퇴, 신임 감독의 데뷔전 연기 등 각종 악재가 겹쳤는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무 죄가 없는 선수들에게 향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8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의 흥국생명은 4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현대건설과의 격차를 다시 승점 4점으로 좁혔다. 시즌 16승 4패(승점 47) 2위. 2일 권순찬 감독 경질 이후 감독대행으로 치른 2경기를 내리 이겼다.
그러나 선수들은 경기 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수장과 수장을 보좌하던 수석코치가 모두 팀을 떠난 상태서 거둔 ‘슬픈’ 승리였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팀을 잘 이끌던 권순찬 감독을 돌연 해임했다. 수뇌부의 경기 개입 논란 속에 억울하게 짐을 싼 권 감독이었다. 이후 권 감독을 보좌하던 이영수 수석코치마저 팀을 떠나며 순식간에 현장 지도부의 두 자리가 공석이 됐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혼란을 수습할 신임 사령탑으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선임했다. 흥국생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지도력을 겸비한 김기중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이 빨리 선수단을 추슬러 최상의 경기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밝혔고, 김 감독 또한 “지난 4년간 동고동락했던 흥국생명에 돌아와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라고 부임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데뷔전이 유력했던 이날 경기를 앞두고 돌연 흥국생명 구단이 감독 선임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8일 오전 “흥국생명이 감독 선임 업무를 마무리 못한 관계로 오늘 경기는 김대경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나설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감독을 선임하고도 감독대행의 대행으로 경기를 치르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입었다. 김연경마저 장염 여파로 결장한 가운데 베테랑 김해란은 “지난 경기를 마치고 하루, 이틀밖에 시간이 없어서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마음을 추스르기 바빴다”라며 “이것저것 상황이 겹치다 보니 고참으로서 마음을 잡는 게 힘들었다. (김)연경이도 없는데 나까지 동요하면 후배들이 흔들릴 것 같아서 참고 했다. 다 아시다시피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씁쓸해 했다.
마음고생은 어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예 공격수 김다은은 “선생님들이 안 계시지만 안 계신다고 포기하고 안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끼리 더 똘똘 뭉치려고 대화를 많이 했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서로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선수도 타지에 와서 겪어도 되지 않을 고생을 겪고 있다. 이날 28점을 책임진 옐레나는 “당연히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다른 한국 선수들이 더 이 상황을 더 이해하고 힘들어할 걸 알고 있어서 같이 잘 이겨내고 잘 지내는 거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분위기를 수습해야할 김기중 신임 감독의 합류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 가운데 언론에 마치 합류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를 해버리며 더 큰 혼란을 낳았다. 김대경 감독대행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새 감독과 관련한 언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여기에 흥국생명은 후반기 선두싸움을 좌우할 11일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있다.
김대경 대행은 “새 감독님과 언제 만나는지 듣지 못했다”라며 “앞서 이영수 수석코치 사퇴로 코칭스태프도 동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피해자들이 많다. 다들 마음속으로 아픔을 간직한 채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현재 흥국생명의 대혼란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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